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김다명 시/접시꽃 아침/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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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명
2010년 <문학과창작>으로 등단. 시집 옥잠화와 말이 통했다.
김다명 시/접시꽃 아침
베란다 블라인드를 걷자 접시꽃이 환하다
분홍빛 붉은 아침,
나도 접시꽃처럼 굿모닝!
꽃은 어제만 해도 막 꽃잎을 여는 중이었다
하룻밤 사이, 꽃은 열일곱 살
분홍빛 붉은 꽃잎 활짝 열리자
꽃방에 왕벌 한 마리 들었다
벌의 온몸에 젖빛 꽃가루가 범벅졌다
내 기척에 놀라 탐욕스런 벌은
젖빛 꽃가루를 분홍빛 붉은 꽃잎에 흩뿌리며
나에게 달려든다
순간, 접시꽃 속으로 뛰어들어
나는 한 송이 접시꽃으로 피었다.
-김다명 시집 <옥잠화와 말이 통했다>에서
감상
꽃은 사랑을 위해 아름답게 핀다. 부드러운 꽃가루로 바람을 불러들이고, 향기로운 꿀냄새로 벌나비를 불러들인다. 그리고 신비로운 색깔과 모양으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오로지 사랑을 위해서다. 꽃의 본능적인 생명작용이다. 그래서 이듬해에는 더 많은 꽃들이 주변으로 퍼지고 다음해에는 더 넓은 지역으로 꽃들이 퍼져 세상은 온통 꽃들의 천지가 된다. 이른 바 지구 점령이 꽃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이리하여 꽃의 본질을 강렬한 유혹이라고 가정한다면 바람이나 나비나 왕벌은 꽃의 성적 도구일 수도 있겠다. 꽃의 사랑, 꽃과의 사랑으로 사춘기 열일곱으로 돌아가는 성의 환희가 강렬하다./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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