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박혜연 시/새/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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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승주 출생. 2007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박혜연 시/새
때로는 나의 손이 둥지 없는 너의 잠을 스친다.
하늘을 얻는 대신 땅을 잃은
너의 고단한 하루를 떨리는 손으로 만진다.
젖은 날개 하나가 비에 반쯤 잠겨 있을 때
나의 손은 길게 흘러 들어가 날개에 잠긴다.
하루도 빠짐없이 하늘에 가 닿고 바람에 가 닿고
닿은 손은 다시 오래된 사원을 날아오르던
젖은 날개를 다독인다.
나의 손은 허공 속에서 허공을 어루만지며
공중에서만 사는 너의 잠에 가 닿는다.
-리토피아 여름호에서
감상
우리에게 없어서 안 되는 것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중 하나가 꿈이다. 꿈이 없는 인생은 어떤 인생일까. 짐작이 어렵지 않다. 사람이 현실에 만족하며 사는 일이 쉬운 일이라면 꿈이 그리 소중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렵다. 불만투성이이다. 그래서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꾼다. 그 꿈을 먹으며 꿈의 힘으로 오늘을 버틴다. 언제나 우리에게는 미래가 있으므로, 변화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땀을 흘리는 오늘도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그 꿈은 그다지 서둘러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아예 다가오지 않을 지도 모르는 자세로 항상 멀리에 있다. 그래서 꿈조차 지치는 경우 있다. 새처럼 공중을 훨훨 나는 자유는 당장은 기분 좋은 일이나, 편안하게 착지할 땅이 없는 새에게 허공을 나는 일은 조만간 고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새처럼 날자. 꿈은 자유이고, 희망이고, 에너지이다./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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