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김종태 시/벌교/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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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태
1971년 김천 출생.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떠나온 것들의 밤길>, <오각의 방>. 호서대 교수.
김종태 시/벌교
아낙네 둘이 육 척 널배를 밀며
달그림자 진 참뻘을 기어가고 있다
쇠발 달린 밀대로 건져올린
새치름한 참꼬막을 다라이에 담으면
실하게 살 올라 붉은 종아리 아래
사뿐사뿐 저녁 안개 피어오른다
꼬막된장찌개 얼큰해진 늦가을 바람
가판 새조개 부러진 날개는 아직 젖어
한없이 파닥이는 은빛 썰물은
저 찾아온 객들을 외로이 재워두고
밤 마실 다니는 능청스런 주인장인가
-김종태 시집 <오각의 방>에서
감상
바다는 마치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듯 비밀스럽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세계다. 그런데 이 바다에도 썰물이 지면 널따란 뻘밭이 사람을 부른다. 다시 밀물이 들 때까지는 놀아도 좋다고 한다. 달그림자 지는 뻘밭에서 널배를 밀며 참꼬막을 건지는 아낙들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이다. 그 뒤편으로 반짝이는 은빛 파도가 잔잔하게 파닥이고 있다. 인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룰 때에 역시 가장 아름답다. 인간도 자연이기 때문이다. 뻘밭의 지난한 노동도 생명활동의 하나 아니겠는가./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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