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이순주 시/문/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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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주
평창 출생. 2001년 <미네르바>로 등단.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08년 <한국기독공보> 시 당선.
이순주 시/문
얼마나 간절하면 문門이 되는 것일까
상도동 약수터 길 들어서면
두 그루의 밤나무가
길을 사이에 두고
긴 팔을 벌려 맞잡은 채 마주 서 있다
가지들 하늘을 향하지 않고
구부려 안은 뜻을
직박구리가
개망초꽃이 말해주지 않아도
나는 알겠다
두 나무 뿌리들 엉켜 있을 것인데
마주 보고 수없이 나눈 대화를
받아 적은 잎들이 팔랑인다
-이순주 시집 <목련미용실>에서
감상
門은 드나드는 장치다.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고 소통하는 것이 門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데 이 門이라는 것이 듣는다는 의미의 聞과 음이 같다. 그러니까 애당초 門의 역할은 외부와 내부가 소리로 소통한다는 의미로 시작되었다는 설도 이해가 갈 수밖에 없다. 나무와 나무가 서로 이어져 門이 되었다. 나무들 서로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이 門을 통과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기도 한다. 지나가는 동물이나 벌레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스쳐가는 바람의 말을 듣기도 할 것이다. 자연은 가시적인 이해를 넘어서는 불가사의한 존재이다. 우리가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사이에도 자연은 끊임없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면서 따뜻하게 더불어 살고 있는 것이다./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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