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김승기 시/짝눈/경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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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 시/짝눈
세상엔
도다리와 광어 밖에 없더라
아무리 창을
넓게 열어 젖혀도
오로지 두 방향
너무나 섹시하게
얇디얇은 시각
좌측 !
우측!
세상은 온통
찢어져 나부끼고
당신은
도다린가?
광어인가?
-시와사람 가을호에서
김승기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어떤 우울감의 정체, 세상은 내게 꼭 한 모금씩 모자란다, 역驛.
감상
저들이야 세상에는 오로지 도다리와 광어뿐인 줄 알고 있겠으나 어디 그 너른 바다에 도다리와 광어뿐이겠는가. 두 눈 정상적인 어류들이 셀 수도 없이 많다. 좌광우도라고 한다. 비정상적인 눈을 가진 저들이 바다를 온통 지배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 아닐까. 좌측, 우측으로 삐뚫어져 박혀 일반통행인 눈으로 세상을 얼마나 바로 볼 수 있을까. 좌측이든 우측이든 여지없는 한 쪽이다. 저들은 텅 빈 한 쪽이 전혀 부끄럽지도 않다. 세상은 굳이 넓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족속들인 것이다. 오로지 한 쪽만 보고 달려가더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논리라는 것은 만들면 생기는 것이다. 주장하면 옳은 것이 된다. 당신은 광어인가, 도다리인가, 좌인가, 우인가, 가운데 서면 안 되는 것인가./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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