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꿈의 바다가 가슴에 있어 삶이 따뜻한 신현수 시인/인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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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바다가 가슴에 있어 삶이 따뜻한 신현수 시인
바다와 외로움
바다는 나를 떠나 멀리 있다. 바다는 그냥 놓고 보기만 하는 것, 바다에 손을 대면 이미 바다가 아니다. 놓인 그대로 건드리지 않고 먼 곳에서 쳐다보기만 하는 것. 억지로 바다 가까이 가면 바다는 갑자기 외로움으로 된다. 바다 가까이 가면 바다는 외로움으로 된다.
-신현수 시집 <서산 가는 길>에서
신현수
청원 출생. 1985년 <시와의식>으로 등단. 시집 <서산 가는 길>, <처음처럼>, <시간은 사랑이 지나가게 만든다더니> 외.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
본래 사람 또한 섬이다. 섬이라서 섬은 섬끼리 만날 수 없다. 다만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고 그리워해줌으로써 섬이 외로워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으면서 바다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제각각인 섬을 한 바다의 사랑스러운 섬으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것이 시인들의 지난한 작업일 수도 있겠다.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을 이루려고 끝까지 고집 부리는 것이 시인들의 꿈이라고 본다면.
자연을 뜰 안으로 가져오고, 화초와 돌을 집안으로 들여오는 사람들이 많다. 자연과의 교감이 주된 욕망일 텐데 자연의 입장에서 본다면 엄연히 자기 자리를 떠나 엉뚱한 곳으로 이사를 온 셈이 된다. 사람은 참 이기적인 존재들임이 분명하다.
이 시인은 바다조차도 접근하기를 조심한다. 그냥 놓고 보면 되는 것이 바다이고, 바다는 절대로 소유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다를 보기 위해 먼 길을 가고, 바다에 이르면 바다를 만지작거리고 뛰어들어 즐기기도 한다. 바다를 한껏 소유하는 것이다. 그런다고 바다가 제것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그 순간 자신이 바다를 소유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바다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거대한 바다는 먼 곳으로 달아나게 된다. 바다는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너무나 엄청난 존재가 되어 다가선 이를 왜소하게 만들기도 한다. 꿈이라는 것도 그렇다. 꿈은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를 왜소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접근하는 순간 산산이 부서져서 허공으로 흩어져 버리기도 한다. 그러니 꿈은 먼 곳에 걸어두고 아름답게 즐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바다도 역시 멀리에 있어야 우리에게 평화롭고 거대한 우주의 노래 소리를 영원히 들려주게 되는 것이다./장종권(시인, 리토피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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