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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봄을 기다리는 긍정의 시인, 천금순/인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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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941회 작성일 13-05-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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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긍정의 시인, 천금순

 

페인트칠을 하다가

 

 

페인트칠을 하다가 창문을 연다

창가에 와 닿는

따사로운 햇볕 한 줌, 고맙구나

오늘도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자는 누군가의 낙서

저 멀리 반쯤 헐린 산허리

나뭇가지 사이의 까치집들이

오선지 위 음표처럼 매달려 있다

낮에는 햇빛으로 종일 날다가

밤엔 심장을 식히며 별빛에 의지해 날아갈

기러기의 날갯짓을 생각한다

일곱 개의 눈물을 들으며

내가 고단한 몸을 눕힌다

뼈들이 우두둑 소리를 낸다

곧 봄이 올 것이다

-천금순 시집 <두물머리에서>에서

 

 

천금순

1951년 서울 생. 시집 <마흔세 번째의 아침>, <외포리의 봄>, <두물머리에서>.

 

 

시가 무엇이냐, 라는 질문이나 시는 무엇을 쓰는 것이냐, 라는 질문이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다 부질없는 질문이다. 어떤 사람이 제대로 된 시인이냐, 라는 질문이나 어떤 시가 제대로 된 시이냐, 라는 질문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람이 흥이 생겨서 쓰고 싶은 시, 누군가에게 읽혀보고 싶어서 쓴 것이라면 그것이 시가 아니겠는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곧 봄이 올 것이다. 천 시인은 긍정의 시인이며 희망의 시인이다. 따사로운 햇볕 한 줌에도 고마움을 느끼고, 나뭇가지의 까지집조차도 오선지 위의 음표로 보이는 시인이다. 정말 인생의 고통이 없을까 궁금해진다. 만약 그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인생에 어찌 고통이 없겠나요? 다 너그러움으로 이겨내는 것일 뿐이지요. 그런 대답이 나올 성도 싶다. 그렇다면 그녀의 시는 아픔이 녹아서 새롭게 피는 꽃일 수도 있겠다. 그러기를 바란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힘겹게 살아가는 세상살이이지만 보는 것마다 따뜻한 인간미로 읽어내는 재주가 남다른다.

 

삶의 문제가 한 층, 한 층, 더 깊은 곳으로 스며들어 오묘한 우주의 소리로 되돌아오는 시를 신비스러운 시라고 한다면, 생활의 근저리에서 소박하게 읽어내는 보통사람들의 일상적인 시는 따듯한 시라고 볼 수 있겠다. 쓰는 사람마다 시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겠지만 어떤 시가 시다운 시인지는 독자들이 평가할 것이다./장종권(시인, 리토피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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