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돌 쌓기/정승열(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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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열
1947년 인천 출생. 1979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새가 날개를 퍼덕여도 숲은 공간을 주지 않았다, 단풍, 단풍2. 인천시문화상 수상. 삼산중학교 교장 역임. 현재 인천문인협회 회장.
정승열 시
돌 쌓기
너무 둥근 돌은 쓸모가 없다
잘 생긴 괴석도 버려야 한다
좀 못 생겨도
아랫돌을 잘 받치고
윗돌을 괴일 수 있는 품새라야
쓸모가 있는 돌이다
쌓이고 싸이려면 모양새도 이웃과 맞추어야 한다
그래야 함께 높이높이 탑을 이루고
시간을 멈추게 하는 몸짓에 다다를 수 있다.
나 혼자 잘생긴 돌은
어깨를 걸칠 친구가 필요하지 않아
홀로 굴러다닐 뿐, 종내
함께하는 시간의 종을 칠 수 없다.
-리토피아 봄호에서
감상
인간이 왜 사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도리인지도 알 수가 없다. 왜 사는지를 모르니 그저 어떻게 살아야 개인이, 혹은 인류가 불행해지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냐, 하는 고민만 겨우 하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도 어쩌면 시대마다 지역마다 다를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자세를 바로 이 시대 이 땅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인은 이 시대의 사회강령을 돌 쌓기, 또는 탑 쌓기로 보고 있다. 어차피 인간은 혼자서는 태어날 수도 없고, 살아갈 수도 없다. 관계 속에 얽혀서 살아가게 되어있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개인은 언제나 주변 사람들의 하나이어야 그 존재 의미가 있게 되는 것이다. 혼자 굴러다니는 돌이어서는 가치도 의미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관계 속에 소중한 일원이어야 비로소 개인의 존재의미도 살아난다는 것이다. 혼자 잘난 돌보다는 탑 쌓기에 유용한 돌이어야 한다. 그것이 빛나는 사회의 아름다운 미래를 구성하는 개인 수행의 요체이다./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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