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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소소소/정숙자(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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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777회 작성일 13-05-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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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자

1952년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감성채집기, 정읍사의 달밤처럼, 열매보다 강한 잎, 뿌리 깊은 달.

 

정숙자 시

소소소

 

 

이슬은 가장 짧은 생애를 살고 가지만 또 끊임없이 살아서 돌아온다. 몸 섞어 낳지 않고 피 풀어 다투지 않으며 억만 년을 넘기면서도 얼룩 한 점 남기지 않는다. 동글게) 맑게) 따뜻하게) 이 셋이면 능히 부끄러움 면할 수 있다-믿는다. 작은 체격일망정 충만하며 누군가 스치기만 해도 툭 떨어져 깨어지지만 그 인연 서운해 하지 않는다. 밤새 귀담아 들었던 푸나무의 애환을 창공에 수납하고 애별샛별 방창한 새벽녘이면 다시 내려와 제 목숨의 전부를 풀잎에 선사한다. 이슬은 호수가 되거나 강물로 흘러흘러 바다에 닿으려는 일말의 포부도 없다. 다만 한자리 한순간 맺혔다 지는 것으로 대지를 예찬한다.

-정숙자 시집 <뿌리 깊은 달>에서

 

 

감상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라는 말은 생명의 신비가 요체이다.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탐욕까지도 포함한다. 살려는 욕망이 생명체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명이 없는 것들은 왜 아름다울까. 욕망이 없어서일까. 남의 것을 뺏어야 살 수가 있고, 남보다 잘 살아야 행복하고,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자기 존재가 성립하는, 그런 욕망이 없어서일까. 사람보다 애완동물을 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생명체보다 죽어있는 것들을 더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에게서 얻은 실망감 때문일 수도 있다. 생명체로부터 받은 배신감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시인을 비롯한 예술가들이 자주 죽은 것들에 눈길을 건네고, 죽어있는 것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아마도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더 큰 사랑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살아있는 존재들을 더 영광스럽게 만들어주는 죽어있는 존재들. 비 온 후의 무지개, 장엄하게 하늘을 물들이는 일몰, 신선하게 하루를 여는 아침이슬, 살아있어 그것들이 더 황홀하고 아름답지 않은가./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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