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뱀/장이엽(경기신문)
페이지 정보

본문
장이엽 시
뱀
꽃잎 아래
똬리 틀고 숨어도
네 음산함을 숨길 수는 없어
가늘게 흔들리는 꽃가지의 떨림이 땅 속으로 전해져
구름 조금 낮고 빗방울 흩뿌리던 어떤 날, 날름 한입에
빨려들던 어린 개똥지바귀의 날갯짓을 난 보았어
고 가느다란 두 눈에
하늘을 다 담는다고
네 마음이,
하늘이 되냐?
-장이엽 시집 삐뚤어질 테다에서
장이엽
1968년 익산 출생. 안성 거주. 2009년 ≪애지≫로 등단. 시집 삐뚤어질 테다.
감상
童心이란 아이들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리라. 아이들의 생각에는 어른들의 인생에 묻어있지 않아 그야말로 자연스럽고 천진할 것이다. 아이들은 그들이 그들의 나이에 알아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미래의 꿈과 필요한 지식을 알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뱀을 바라보는 눈도 차이가 있다. 시인은 동심의 시각으로 뱀을 바라본 듯하다. 그러니까 약간의 차이야 있겠지만, 이 뱀은 호랑이어도 무방하고, 치-타여도 무방하다. 약자에 대한 잔혹한 살생이 악마의 얼굴로 다가온 것이다. 천성이 악한 자는 아무리 그 이빨과 발톱을 숨겨도 끝내는 정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늘을 담는다고 하늘이 될 수 없는 존재들, 세상 곳곳에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그들로 인해 세상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장종권(시인)
추천0
- 이전글불량을 꿈꾸는 양질의 시인, 김보숙/인천뉴스 13.05.20
- 다음글목련/전기철(경기신문) 13.05.2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