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도전적인 자세로 꿈을 키우는 이닥 시인/꿈꾸는 지하공방/인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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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적인 자세로 꿈을 키우는 이닥 시인
꿈꾸는 지하공방
지하공방에는 창을 낼 수가 없다.
창이 없는 지하공방에는 하늘이 없다.
산들거리는 바람의 노래가 없다.
토닥거리는 비의 자장가가 없다.
낡은 의자와 작업대가 삐걱거리고,
오래된 형광등만이 하늘을 흉내내고 있다.
손목에서부터 통증은 스물거린다.
어깨로 등으로 허리로 허벅지로 미끄럼을 타고
두통은 그림자처럼 그 놈들을 따라다닌다.
막사발에 커피 가득 말아 물처럼 마신다.
종이 위에 불빛, 불빛 위에 종이, 종이 위에 통증,
통증 위에 구름, 구름 위에 별, 별 위에 꿈,
꿈 위에 다시 종이, 종이 위에서 벌거벗는 꿈,
해도 달도 출입 금지된 통로를
꿈은 열 수 있다고 밤새 도전적인 자세다.
시린 바람이 풀 죽인 몸뚱이에 비타민을 투여한다.
밤보다 밤 같은, 낮보다 낮 같은,
지하공방의 맥없는 꿈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린다.
-계간 리토피아 47호에서
이닥
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한지공예가. 한지생각 대표.
감상
예술가들의 창작작업은 치열하다. 예술작업도 일종의 노동이다. 일반적인 노동과 비교하자면 예술작업은 일반적 노동에 비해 정신적 노동이 더 치열하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예술작업 자체가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노동이 병행되어야 하는 한지공예와 같은 작업예술은 그야말로 땀과 고통의 결실로 작품이 만들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또 하나 다른 점이 있다. 이런 힘든 작업으로 탄생한 작품들이 정상적인 가격으로 매겨지는 일에 있어서는 일반적 노동보다 때로는 못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창도 하늘도 없는 지하공방에서 졸음을 사발커피로 쫓으며 한지작품을 만드는 시인의 모습이 눈에 보이듯 다가온다. 잡힐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꿈을 끝내는 잡으리라 확신하면서 도전적인 자세를 전혀 굽히지 않는다. 예술은 결국 하나다. 그의 시와 그의 한지공예는 불굴의 신념 속에서 한 몸으로 자라고 있다./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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