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통속에서 배우다 1/김인육 시(독서신문)
페이지 정보

본문
통속에서 배우다 1
-속 좁은 여자
여자는, 속 좁은 여자가 좋다
이것저것 다 받아주는 인심 좋은
순댓국집 아줌마 같은, 속 넓은 여자보다
도무지 씨도 안 먹히는 깐깐한 여자
앙다문 피조개 같은
한 번 허락하면 꽉꽉 깨물고 놓지 않는,
암여우 거시기 같은 여자
관솔같이 활활 타오르는 여자
완전 죽여주는 여자
속 좁은 여자
질 좋은, 여자가
좋다
-시집 ‘잘 가라, 여우’ 중에서
김인육
1963년 울산 산하 출생. 2000년 시와생명으로 등단. 시집 ‘다시 부르는 제망매가’. ‘잘 가라, 여우’.
감상
생명체의 지속적인 존재 여부는 그 생명체의 성적 사고와 능력이 과연 어느 정도인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생명체가 성에 무관심하거나 성이 그 존재의 핵심적인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그 생명체의 종은 이미 이 땅에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생명체의 성에 관한 관심은 그대로 종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성은 인간에게도 분명 본질적인 것이며, 그래서 가장 건강하고 아름답게 바라보고 지켜야하는 것이리라. 우리는 성에 관한 한 가능한 한 모른 척하고 딴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필요한 것이면서도 필요하지 않은 척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성을 말하지 않더라도 성을 떠나서는 살지 못한다는 점도 알고 있다. 성은 보편적이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성은 우주적이면서도 지극히 통속적인 것이다. 성을 즐겁게 노래하는 시인들로 하여 우리는 건강하고 아름답다./장종권(시인)
추천0
- 이전글즐거운 오독/강희안 시(독서신문) 13.01.09
- 다음글이소離巢/조재형 시(독서신문) 13.01.0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