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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불안한 시대의 불온한 천리마, 김영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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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791회 작성일 13-05-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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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시대의 불온한 천리마, 김영승 시인

 

아는 놈

 

 

아는 놈야?

모르는 놈인데?

 

턱끝으로 가리키며 그들은 그렇게 주고받고 있었다

부평역 플랫폼엔 비가 내리는데

 

겨울인데

화장실에서 나오며

 

그들은

나는 그들한테도

모르는 놈이다

-<리토피아> 25호에서

 

 

본래 시는 행복한 사람들은 쓰지 못한다. 행복한 사람들은 현실이든 꿈이든 보편적으로 만족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세상에 대해 인생에 대해 불만이 없게 되어 있다. 이 불만이 없다는 점은 시를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체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어쨌거나 불만이 없다는 점에 대해 불만을 터뜨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출세한 사람이나 재력가 중에서는 좋은 시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쓴다 해도 그저 취미생활에 가깝다. 시가 인생의 전부이거나 시를 쓰다가 죽을 사람은 그들 속에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인생에 대해, 현실에 대해, 꿈에 대해, 인류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부정적이고, 불만투성이인 사람들이 좋은 시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시인들은 자존심이 세게 되어있고, 안하무인일 경우도 있게 되어 있다. 그러다가 간혹 세상에 더 이상 부딪치지 못하고 주저앉기도 하고, 정신병원 신세를 지기도 한다. 일종의 천리마인 셈이다. 천리마가 필요한 세상이 늘상 있는 것도 아니므로 숱한 천리마들이 능력을 펴보지도 못하고 지저분한 마굿간에서 요절하게 되는 것이다.

 

인천에는 이런 천리마에 가까운 시인들이 살고 있었다. 작고한 이효윤 시인도 천리마였다. 이영유 시인도 천리마였다. 박영근 시인도 천리마였다. 아직도 버거운 상태로 살아남은 천리마들도 여럿 있다. 그 중 갑이 김영승 시인이 아닐까 싶다. 세상은 시인들이 살만한 세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시인들이 살만한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시인들을 만족시킬만한 세상이 오게 된다면 불행이 없으니 행복을 꿈꿀 수가 없는 것이고, 증오가 없으니 용서를 꿈꿀 수도 없는 것이고, 절망이 없으니 희망을 노래할 수가 없는 것이다. 생각이야 다르겠지만 시인들의 역할이 이곳에 있을 수도 있으니 시인이 있어 세상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은 시인이 필요 없는 살만한 세상인가, 자못 궁금하다./장종권(시인, 리토피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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