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송시/서영식 시(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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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
서영식/200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간절한 문장.
개미가
죽은 개미를 물고간다
개미는
손가락이 없어
산 입에 송장을 문 게 아니다
슬픔을 메우느라
차라리 저 몸에 입을 묻은 것
우리, 저와 같아서 사랑한다
그 말이 슬픔을 문 듯하여
이 길
나는 너를 물고, 슬프다
―서영식 시집 간절한 문장에서
감상/이별의 슬픔은 그 크기가 사랑의 깊이와 같다. 사랑이 깊을수록 이별의 슬픔은 견디기 힘들다. 만고에 빛나는 이별의 시가 있다. 정지상의 송인(送人)이다. 대동강수하시진(大同江水何時盡) 별루년년첨녹파(別淚年年添綠波). 대동강물은 결코 마를 날이 없으리. 내 이별의 슬픈 눈물이 해마다해마다 푸른 강물 위에 보태질 것이니. 사랑은그 사람의 가치에서 형성된다. 그 사람의 가치가 내 목숨과 같을 때 그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인은 갈수록 자신만의 가치를 더 중요시해 간다. 나의 가치가 더 중요해질수록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이별의 슬픔도 옛사람 같지는 않은 듯하다. 이별에 관한 절창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세상의 변화이다. 송시는 전혀 감정이라고는 없어보이는 개미들의 일상에서 이별의 슬픔을 훌륭하게 건져내고 있다. 너무 큰 슬픔은 울음도 부족하다. 울음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상실감 또한 어쩌면 절대상황일 수 있다. 사랑이 깊을수록 이별의 슬픔은 크고, 슬픔이 클수록 상처도 깊다. 상처가 깊을수록 사랑은 컸던 것이고, 이제 아름다웠던 사랑의 추억만 남게 된다. 기가 막힐 일이다. 사랑하는 이를 보내고 슬픔을 어쩔 수 없어 몸에 몸을 던지는 시인의 아픔이 짙게 배어난다./장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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