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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연탄재/이은봉 시(리토피아문학회 사화집 제9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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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4,373회 작성일 12-01-1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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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이은봉/1984년 창작과비평 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로 등단. 시집 길은 당나귀를 타고 등. 광주대 교수.

 

 

소신공양燒身供養이라더니……

제 몸 허옇게 태워

 

사람들 밥 짓다가 스러졌구나

 

부처님 마음으로

미아 6동 산동네

 

온통 끌어안고 있구나

 

한 토막 숯의 마음조차

죄 벗어 던진 채

 

 

감상/검은 연탄 두 장이면, 부엌에서는 쌀이 익어 숭얼숭얼 김이 오르고, 얼어있던 방은 금세 따뜻해졌다. 식구들의 허기진 마음까지 채우고 나면 연탄은 그제서야 ‘제 몸 허옇게 태워’ 한 덩어리의 재로 남는다. 시인은 ‘소신공양’의 극진한 헌신을 연탄재로 바라보고 있다. 오뇌와 질곡을 거쳐 제 몸 불태우는 헌신, 인간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성불의 경지를 ‘미아 6동 산동네’에서 발견한다. 그곳에는 춥고 배고픈 사람들의 밥을 짓다가 스러져가는 부처가 있다. 시인이 찾고자 하는 것은 이렇듯 친숙한 부처인 것 이다. 그런데, 이 친숙함은 ‘미아 6동 산동네’를 온통 끌어안고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 힘은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 연탄의 밝고 긍정적인 정서에서 나온 것이다. 연탄은 다른 사람에게 온기를 나누어주는 뜨거운 삶을 암시하는 도덕적 알레고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연탄의 이면에는 부주의로 인한 연탄중독 사고나, 쓰레기로 방치되는 연탄재 등의 역할도 있다. 이 두 가지의 의미 중 타자에 대한 사랑과 희생의 이미지가 더 강한 것은 시는, “타인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구조”이기 때문일 것이다. 겨울이 되면 누군가는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일면식도 없는 타인을 위해 연탄재를 잘게 부수어 눈 녹은 빙판길에 뿌려둔다. 나는 그 길을 걸어 왔다. 자기희생이 깃들여진 길을 밟고 내려왔고, 부처를 밟고 내려왔고, 연탄에 관한 죽은 인식을 미적 인식으로 살려서 그 길을 내려왔다. 한 인간이 다른 이의 죄와 고통을 씻기 위해 자신을 오롯이 바치는 ‘소신공양’이라는 그 무거운 숭고함을 전면에 배치한 시를 다시 읽어 본다. 화관을 머리에 얹은 부처가 아닌, 향로를 머리에 얹은 부처의 모습이 보인다. 시 속의 부처는 중생과 동떨어져 하늘 높이 사는 신이 아니다. 그 태생이 사람과 같아 고뇌하는 부처이다. 부처님 마음으로 ‘미아 6동 산동네’를 온통 끌어안고 ‘한 토막 숯의 마음조차’도 불사르고 하얀 재로 남는 연탄의 숨은 본질이 어찌하여 ‘소신공양’과 상통하는지 알려면, 먼저 불이 뜨거운 줄 아는 자가 되어 불이 살을 태우는 이치를 알아야 할 것이다/김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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