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자화상2/백인덕 시(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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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덕
서울 출생. 199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꽃을 찾아서, 한밤의 못질 외 다수.
자화상 2
파꽃 속 울엄마
땅강아지
하루 종일
저 혼자 흙 파먹는다.
배고파
배가 고파
에라, 실컷 하늘이나 퍼먹어야지
나 두 살 때.
-백인덕 시집 단단함에 대하여에서
감상/세상 누가 아무리 지순하다 하여도 어머니만큼 지순할까. 세상 어디가 아무리 풍요롭다 해도 어머니 품안만큼 풍요로운 데가 있을까. 우리는 어머니의 평화로웠던 자궁의 기억을 향해 본능적으로 달려간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향해 매달리며 응석을 부린다. 어머니는 인간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하늘이었으며 자연이었으며 우리들의 수호신이었다. 우리는 그녀가 자신의 피와 살과 뼈를 나누어 만든 분신이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없는 세상은 외롭기 짝이 없다. 믿을 데 없는 세상이 두렵다. 진정으로 나를 지켜주고 걱정해주는 어머니가 안 계신다면 그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하소연할 곳이 없다. 투정 부릴 곳도 없다. 어머니가 안 계시면 아파도 참아내는 수밖에 없다. 배가 고파도 견뎌내는 수밖에 없다. 아무도 어머니처럼 우리를 챙겨주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어머니가 아니라면 말해보았자 소용이 없는 것이다. 어미는 우리에게 그런 존재다. 어머니가 빈 자리는 세상 누구에게나 엄청난 손실이며 상처일 수밖에 없다. 파밭에서 하루 종일 어머니가 땀 흘리며 일하는 동안 시인은 파밭가에 버려져 배고픔을 하소연한다. 흙이 잔뜩 묻은 손일망정 어머니의 손이 필요한 것이다. 그의 눈은 옥양목 머리수건 둘러메고 파밭 다듬기에 여념이 없는 어머니의 얼굴만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혀 돌아보아주지 않는 어머니가 야속해지고, 문득문득 풀들과 이야기하고, 벌레들과 놀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또 어머니에게 눈이 가고, 그예 서러워 울음보를 터뜨렸을 것이다. 두 살 때 이야기라고 한다. 과연 두 살 때 기억이 가능하기나 할까. 가능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니다. 이 작품은 외롭고 힘든 시인의 현재 이야기이다. 두 살 때로 돌아가고 싶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파밭에서 일하는 어머니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은, 어머니를 향해 호소하고 싶은, 시인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있다. 당연히 어머니는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분이므로./장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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