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어머니․1/이현채 시(독서신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663회 작성일 13-01-09 18:26

본문

어머니․1

-알약이 걸렸어요

 

 

시간이 몇 십 년 전으로 화살표를 그리면 자리에 누워 빙글빙글 돌다가 손가락을 입에 넣어 피를 토해내고 있는 한 아이

붉게붉게 홍역을 앓고 알약을 목으로 넘기지 못하고 죽는 줄 알았던 아이

고양이 한 마리 어슬렁거리며 지나갈 때 촛불처럼 타오르던 어머니의 눈동자 속 아이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들어앉아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야옹 소리를 내며 가슴 언덕 너머로 미끄러지는 고양이 뒤쫓아 가보니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아이의 목에 걸렸던 알약은 아직도 넘어가지 못한 채 어머니의 목에 걸려 있다

 

-이현채 시집 ‘투란도트의 수수께끼’에서

 

 

이현채

1966년 충남 당진 출생. 2008년 창작21로 등단. 시집 ‘투란도트의 수수께끼’.

 

 

감상

어머니라는 존재는 아버지와는 많이 다르다. 나를 낳아준 존재는 물론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이기는 하다. 그런데 유독 어머니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나는 어머니의 분신이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부터 어머니의 피와 뼈와 살을 나누어 받은 존재이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어머니는 자신의 분신을 자신의 몸으로 느끼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머니는 자신의 몸이 아플 때 느끼는 고통보다 분신의 몸이 아플 때 느끼는 고통이 더 크다. 생명체는 자신의 존재를 영속시키기 위해 평생 동안 신명을 받친다. 그래서 자신보다 분신이 더 소중하다. 그런데 분신인 자식은 어머니의 고통에 대해 잘 깨닫지 못한다. 순환의 고리가 내리사랑으로만 되어 있는 탓이다. 다가오는 생명의 봄을 맞이하며 어머니의 깊은 은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장종권(시인)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