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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호박/윤인자 시(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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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927회 작성일 13-01-09 18:29

본문

호박

 

 

 

몰래 담장 너머 연애질하러 간

처녀처럼 엎드려 슬쩍슬쩍

밭두렁을 기어가는 바람둥이

사방에 노란 등 걸어두고

아침 일찍 화촉을 밝힌다.

파란 양산 받쳐 들고

햇볕에 그을릴세라

올망졸망 옆에 끼고

애지중지 키운 자식

어느새 엉덩이 펑퍼짐해

둥글둥글 흙 위에 뒹군다.

 

-윤인자 시집 ‘에덴의 꿈’에서

 

 

윤인자

1950년 강진 출생. 2011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에덴의 꿈’.

 

 

감상

지난날 시골에 살던 선남선녀들의 연애담은 들을수록 재미가 있고 기가 막힌다. 굳이 물레방앗간이 아니어도 천지 자연 어디나 연애장소였으니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연과 하나가 되는 축복을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보리가 자랄 때면 보리밭이야말로 가장 좋은 연애장소였다. 벼가 자라면 논두렁도 그만이었고, 추수철에는 볏가리, 짚가리가 사람의 눈을 가려주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짝을 찾던 추억담이 없는 사람 없으리라. 사람들은 간혹 그 모양을 발견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작대기를 휘두르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모르는 척 눈을 돌려버린다. 소문이라도 나게 되면 온 동네가 떠들썩하기도 한다. 연애질하는 처녀총각처럼 밭두렁을 설설 기어가는 호박넝쿨, 청사초롱 밝히는가 싶더니 어느 사이 동글동글한 호박덩어리를 쏟아놓는다. 생명력이 넘치는 밭두렁에 튼실하게 매달려있는 호박덩어리들은 우리 정서 속에 소멸되지 않는 강력한 에너지원이다./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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