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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정령 시인/인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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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138회 작성일 17-01-0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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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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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

 

 

햇살 좋은 담장 너머로 선발대회가 한창이다.

과시하려는 몸사위로 매혹적인 에스라인을 뽐내며 한 걸음 한 걸음 디딜 때마다 노란 별꽃들이 순번대로 피어난다

넉넉한 프레어 스커트를 착용할 것과 까실까실하고 날카로운 살갗으로 호리호리한 허리를 감싸 안아줄 것, 지조 있는 품위와 후덕한 인상으로 관대하게 웃어줄 것과, 매일 한 번은 벌에게 꽃가루를 내어 주고, 항상 의리와 정으로 돈독함을 유지할 것 그리고, 아낌없이 내어주고 용기 있게 죽을 수 있는 힘이 선발조건이란다.

서 있어야할 틈 비집고함께 가야할 곁 비비며 더듬이처럼 덩쿨손들이 앞장서 간다

 

비가 촉촉히 내린다.

노란 우산을 받쳐 든 소녀가 담장 곁을 막 나온다.

-계간 아라문학 봄호에서

 

정령

2014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막비시동인으로 활동.

 

감상

호박꽃은 똥밭에서 피는 꽃이다. 꽃보다는 호박 덩어리가 쓰임새가 있어서 맛있는 호박을 키우기 위해서는 똥거름이 가장 좋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담장이든, 울타리든, 밭두렁이든, 빈 공간만 있으면 얼마든지 씨를 뿌려 지천으로 피는 꽃이다.

 

아침상을 위해 어머니는 일어나자마자 이슬 젖은 풀섶을 헤치고 적당히 자란 호박을 먼저 따오셨다. 들일을 나가셨다가 돌아오는 중에도 텃밭에 먼저 들러 짙푸른 호박덩어리 따들고 들어오셨다. 호박 한 덩어리면 한 끼 식사는 족히 배를 채울만한 양이 되곤 했다.

 

하도 흔하고 똥밭에서 똥거름으로 크는지라 귀한 음식거리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우리는 그 호박으로 어린 시절 배를 채웠고, 영양을 섭취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 생명의 소중한 에너지원이었던 셈이다.

 

한창 자라는 호박넝쿨과 별꽃처럼 피어대는 호박꽃이 건강하게 묘사되어 있다.

/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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