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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현/ 자귀꽃/2012 열린시학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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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꽃
여름 해질녘, 붉은 화장솔로 단장한 여인이 가지 끝에 홍등을 단다.
태양의 수신호에 공작의 나래처럼 펼쳐진 잎들, 낮을 접어 오무린다.
홍등의 꽃술이 바람을 부르고 짝을 맺은 잎들의 밭농사가 한창이다.
첫 꽃이 피면 팥씨를 심고, 자귀꽃이 만발하면 팥 농사가 풍년이다.
외양간에 매어놓은 황소가 좋아하는 쌀밥나무가 밤새 조록조록 영근다.
신혼 방 문살에 다리를 걸치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자귀가 신랑을 닮았다.
달달한 참외 향이 코끝을 간질여 홍등이 열병을 앓는 열대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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