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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현/ 배롱나무, 꽃잎지다/2013 아라문학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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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현미
댓글 0건 조회 4,496회 작성일 13-11-1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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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꽃잎지다

 

후미진 역전 골목에 연분홍 배롱나무 꽃이 피어 있다.

정오, 태양이 보내온 자외선 피톨에 탱탱해진 사내들,

핫팬츠에 착 달라붙은 연분홍 나시 입은 배롱나무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오빠야, 하고 팔짱을 끼자 화들짝 감은 손

벌레처럼 떼어내고 생각을 털며 골목으로 사라진다.

뒤통수에 큼지막한 감자 한 방을 먹이고

야, 너 씨 없는 수박이지, 에이, 개나 줘라.

메롱 혓바닥을 내밀며 사내의 눈치를 본다.

태풍이 지나간 후, 뭇 사내들만 보면

배롱배롱 혀 내밀던 연분홍 꽃이 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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