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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현/ 배롱나무, 꽃잎지다/2013 아라문학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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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꽃잎지다
후미진 역전 골목에 연분홍 배롱나무 꽃이 피어 있다.
정오, 태양이 보내온 자외선 피톨에 탱탱해진 사내들,
핫팬츠에 착 달라붙은 연분홍 나시 입은 배롱나무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오빠야, 하고 팔짱을 끼자 화들짝 감은 손
벌레처럼 떼어내고 생각을 털며 골목으로 사라진다.
뒤통수에 큼지막한 감자 한 방을 먹이고
야, 너 씨 없는 수박이지, 에이, 개나 줘라.
메롱 혓바닥을 내밀며 사내의 눈치를 본다.
태풍이 지나간 후, 뭇 사내들만 보면
배롱배롱 혀 내밀던 연분홍 꽃이 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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