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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현/감나무의 기억/2013 리토피아 겨울호(집중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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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의 기억
낯 뜨거운 일이다.
아이는 틈만 나면 감나무에 올랐다.
감꽃을 따서 기다란 감꽃목걸이를 하였다.
미스 양처럼 조롱박 엉덩이를 살랑거렸다.
땡감의 젖꼭지를 깨문 햇빛의 턱수염이 까끌까끌하다.
젖꼭지를 비틀어 감을 한 입 베어 물면 혓바닥이 떫다.
땡감을 따서 물에 담가 우리거나 쌀독에 박아 놓는다.
설익은 것을 따는 아이 때문에 감이 몇 개 남지 않았다.
해의 불화살을 온몸으로 받은 감이 반달 씨를 잉태한다.
말랑한 몸이 백주 대낮에 막걸리를 마신 것처럼 불콰하다.
아이는 늘 바라보며 그 감을 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어느 날, 장대를 가지고 가지 끝에 달린 홍시를 후려친다.
까치밥이 되지못한 감이 퍽하고 땅바닥에 속살을 드러낸다.
뱃속에는 제 밥숟갈을 갖고 태어난 다섯 개의 감씨가 있다.
까발려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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