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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삶은 -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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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무리 뜨겁게 살아도
한 때라는 거 눈치챘나 보다.
10년 전에 산 드라이기
서비스센터에 들러서도 시큰둥하다.
한시도 겉돌지 않고 달려온 길
점점이 나사 풀리고
드러나는 근육, 절개된 뼈들이
미처 달래지 못한 세월 추스르고 있다.
혼자서만 떠안은 속앓이
훌쩍 뽑힌 사랑니 되어
대수롭지 않게 내던져 있다.
부실한 제품이니 내버리라는 말
명예퇴직에 꽂히고
삶은 좀 더 가벼웠어야 했다며
말없이 돌아서는 야윈 그림자
경적이 울고
16차선 신호등 복판에 갇혀
죽음보다 먼 길을 가는 저 노인네
그래도 삶은 어제 죽은 사람들보다
넉넉하지 않냐며 씨익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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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
이 시인님 시 참 오랫만 입니다. 전에 보던 시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구불구불 곁가지 없이 잘 정돈된 문구마다 육화된 삶의 뼈대같은 지혜(?)가 곳곳에 번득입니다. <br />
"제 아무리 뜨겁게 살아도 한 때라는 거 눈치챘나 보다. 혼자서만 떠안은 속앓이 훌쩍 뽑힌 사랑니 되어 대수롭지 않게 내던져 있다. 삶은 좀 더 가벼웠어야 했다며 말없이 돌아서는 야윈 그림자. 죽음보다 먼 길을 가는 저 노인네 그래도 삶은 어제 죽은 사람들보다 넉넉하지 않냐며 씨익 웃고 있다."<br />
참 좋습니다( 그러나 '드러나는 근육, 절개된 뼈들이' '명예퇴직에 꽂히고'는 문맥에서 낮설게 느껴집니다).<br />
PS: 보내 주신 내항문학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이성률 시인님, 보내주신 '내항문학' 저도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br />
<br />
'그래도 삶은' 좋은 시 한 편 잘 보았습니다<br />
오래 써서 고장 난 헤어 드라이기와 16차선 복판에 서 있는 한 노인의 삶의 끄트머리,<br />
삶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 두 개의 메타포로 잘 대비해 놓은 것으로 보았습니다<br />
어느 날 훌쩍 뽑힌 사랑니 같은 존재라도 씨익 웃을 수 있는, 살아 있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br />
시중 화자의 묘사가 뭉클합니다.나는 死線에서 씨익 웃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건지...<br />
어제를 그리고 내일을, 오늘 생각합니다.<br />
좋은 글 많이 생산하시고 많이 보여주세요.

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이선생님, 올해는 이선생님 시집 볼 수 있는건가요 지원금 받으셨든데. <br />
일년내내 모든일 잘풀리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