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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2 (합평회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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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승 기
오랫동안 머금었던 습기를 잔뜩 쏟아냈다 곪고 꼬이고 얽혔다 여기는 주정뱅이 아비 때문에 저기는 자살한 동생 때문에 바람난 어미 때문에 시샘 많던 이복동생 때문에 혼자 풀어보려 고1 때 가출하여 칼로 긋기도 하고 담뱃불로 지져보기도 했다 그럴수록 앞은 뒤를 물고 뒤는 또 앞을 물고 늘어졌다
창밖엔 하나둘 불이 켜지고 있다 이맘때면 한껏 치장을 한 길들이 중앙 통으로 몰려든다 자세히 보면 옷 사이로 삐죽이 나온 상처들이 보인다 한쪽에선 깔깔대고 또 한쪽에선 운다 횟집 여자가 탁자 위에 기름진 웃음 한 접시와 소주를 놓고 간다 단숨에 상처 위에 소주를 들이 붓는다 불빛 아래 제 상처들을 펼쳐놓고 혀가 꼬부라지도록 말린다 모든 길들은 지금 자가 치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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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오늘도 무수한 길들이 끊겨져 너무나 어두워 죽겠다고 제 진료실을 다녀 갔습니다. 요새 나는 모든 사람이, 아니 사물이 영구적인 실체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의 연속인 길로 생각이 듭니다. 울고, 화내고 이 것이 다 상처때문이고... 그 것은 고통이지만 덤으로 우리는 하루를 얻어 이승을 건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제가 봐도 좀 어수선합니다. 아마 제 생각이 덜 숙성된 탓이겠지요.

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김선생님, 죄송합니다. <br />
선생님의 길을 잘못이해했다는생각이 들어 일단 어제저녁 달아놓은 댓글을 지웠습니다.<br />
선생님의 생각이 덜 숙성된게 아니라 선생님의 길에대한 깊은 사고에 제가 못미친거지요.<br />
참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길입니다. 여러가지로요.<br />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시원하게 뚫려 있는 고속도로도 오고가면서 유심히 보면 <br />
작고 큰 상처들이 수도 없이 많이 나 있습지요.<br />
상처없는 길이 어디 있을라구요.<br />
자해하면서까지 상처를 내어서 가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br />
상처 난 길이 여전 길이게 하고 길을 가게 하는 힘이 또 됩지요.<br />
상처를 얻으면서 풀면서 또 상처를 얻으면서 또 풀면서<br />
어쩌면 길들은 제 상처에 잡혀 하루 뿐만 아니라<br />
평생을 얻는 것인지도 모릅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