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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驛舍)를 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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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효선
댓글 2건 조회 2,122회 작성일 05-11-0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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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驛舍)를 지나다 / 김효선


육체역 - 에로스의 자장가
난 너를 몰라, 그래봤자 말짱 도루묵. 두루뭉실한 보름달처럼 꽉 찬 허리를 끌어안고 잠이 들겠지.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고 허리까지 찬 어둠을 내 앞에 들이밀었지. 가을이 오기도 전에 꽝꽝 얼어버린 심장을 발 아래에 던져놓으면서 그래, 그래, 더운 물 좀 끼얹어 달라고?

영혼역 - 테세우스 그리고 신발
비엉신, 것두 몰라, 족보를 따지고 올라가 보면 넌 미궁에 갇힌 미노타우로스였어. 네 몸의 절반은 동물적인 본능을 숨기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구. 봐 저기 출구를 찾지 못하는 가엾은 당신. 당신의 어둠은 발 아래에 있어. 제발 발 밑을 조심하라구!

욕망역 - 비너스는 오늘도
보름달이 허여멀겋게 뜬 밤이다. 달빛이 흘러내려 감나무 아래가 흥건하게 젖는다. 그 때마다 감나무 이파리는 벌겋게 달아오른다. 바람의 조각들이 가끔씩 내 속을 들춰내 빈 젖꼭지를 물었다 가기도 하지. 네가 익어가는 밤이면 달빛이 젖은 발걸음을 똑똑 흘려놓기도 한다지.

물질역 - 외눈박이 3형제
동전만 넣으면 넌 내 여자가 되는 거야. 자판기 안에는 다양한 취향을 가진 여자들이 버튼을 눌러달라고 삑삑 신호음을 보내지. 너도 들었지? 광고 채널처럼 떠들어대는 소리가 아직도 귓전을 때린다구. 짤랑거리는 동전처럼 호주머니에서 늘 꺼내달라고 칭얼거리지. 어때 꺼내줄까?

이성역 - 크로노스 시간 죽이기
오늘도 도서관 책상모서리에 기대어 잠이 든다.

빈 역사(驛舍), 바람의 승객들이 기적을 울리며 달려오는

시간의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추천1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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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단풍은 시속 25키로로 남하하고 있다는데, 제주에서 올라오는 시풍이 만만치 않습니다.<br />
경쾌한 리듬이 기적을 울리면서 많은 역들을 지나 달려오네요.<br />
바람의 승객들이 시간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빈 역사조차 아름다운 맑은 가을날이네요.<br />
좋은 글 많이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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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님의 댓글

김효선 작성일

  엊그제 내린 비로 낙엽이 도로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그런데요.....잠언시 혹은  패러디 시는 영~떠오르지 않아서 걱정입니다....아직 패러디 할 시 조차 고르지 못했으니....내일부터 또 추워질거라는 일기예보입니다...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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