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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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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
며칠 전 불도저가 강바닥을 밀어
판판히 물만 흐르게 했더니
강은 또, 누구에게 가려고
모래섬을 만들었다
기어이 뭍으로 기어 나온
맨살의 그리움
그 수줍음을 밟고 선
저기 백로 한 마리
그 한 발 자국, 한 발 자국에
혼자 뒤척이던 강물 소리는
따듯한 입김처럼
울먹울먹 환해지고....
조금 후면, 떠났던 새들
-네가 그럴 줄 알았다
왁자지껄 다시 모여들 거고...
강은 못 이긴 척,
그 떠들썩함에
전 보다 깊숙이
몇 뼘 자란 외로움을 기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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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강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하고, 많은 상징을 불러들이지요.<br />
온갖 것들을 끌어안고 흐르는 강. 외로움과 그리움을 안고 흐르는 강.<br />
떠날 새을 키우고. 흐르다가 모래섬도 만드는...<br />
그러나 강을 가지고 시를 쓰려고하면 참 어렵던데, <br />
강의 원형을 제시하는 솜씨가 물 흐르듯이 거침없어 좋습니다.<br />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br />
어렸을 때, 물위로 떠오른 한 여인을 본 적이 있었어요. <br />
저의 태내로 들어온 여인을 소화불량처럼 내뱉는 강, 그 험한 꼴을 보면서 <br />
사람들이 왜 주검을 천이나 가마니로 덮어버리는지, 나무상자에 넣어 못질을 하는지, <br />
땅속에 묻고 꼭꼭 다지는지 알게 됐지요. 강은 모든 것을 감추고 <br />
덮어버리며 묵묵히 저 혼자로 버텨내는 게 제가 가지고 있는 강의 이미지였는데, <br />
김시인의 눈은 그 이면을 들추고 있는듯 하군요. 잘 생각해보니, 강은 제가 가지고 있는 <br />
죽음의 상징보다, 김시인의 눈으로 읽어낸 삶과 태동, 생명성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br />
더 잘 맞아보입니다. 어린 것의 어릿짓을 이쁘게 바라보는 동네어른의 모습같은.<br />
<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