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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피하는 방법(사화집, 아포리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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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피하는 방법
옅은 바람이라도 맞바람치지는 말자 골짜기를 가로지르는 길 위를 무한정 속도를 높여 달려보라 때로는 맞바람을 타고 옅은 바람도 세찬 강풍 되어 달리는 차를 사정없이 뒤흔든다 투사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그 바람이 옅든지 세차든지 일그러졌든지 모났든지 비뚤어졌든지 일단은 맞서지 말자 맞바람친다고 불던 바람이 가던 길 바꾸지는 않느니 바람 불면 속도 낮추고 엎드리자 아무리 기가 센 바람도 사흘 낮밤은 불지 않는다 가만히 기다리면 내가 언제 그랬더냐 눈코입 닫고 힘 죽이리라 겨울이 봄 못 이기듯 바람 또한 그러하니 때로는 기다림이 겨울 앞에 물끄러미 선 봄과 같아라 어깨에 힘주지 않고 물끄러미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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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br />
바람이 불 때는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맞바람이 되겠지요.<br />
무풍스런 날씨를 거닐어도 낮은 언덕 웅크렸어도 오름 옴팡진 곳에 들어싸도 <br />
바람은 늘 맞바람이고 맞바람뿐이지요. 아흐 바람에 견딜 세상 차갑고 <br />
바람결에 흘리는 소리 가볍고 바람맞는 이파리 정처 없고 떠날 것 떠나고 <br />
그러니 겨울인거지요, 달래 겨울이겠어요.<br />
살피자니 사흘 밤낮 뿐이겠어요. 사십일 밤낮을 두고 쏟아져 <br />
거북 둥실 떠오른 비에도 바람은 섞여 물살 일게 하고, <br />
겁을 두고, 천겁을 두고 지랄 맞아, 흐아아 불지 않는 바람의 땅은 어디며<br />
어딘들 바람을 피할 수 있겠어요. <br />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그렇습죠 바람이 어디 바람이라서 바람이라는 이름을 얻었을까요 그러나 바람이라고 바람이라는 이름 다 얻었다고 다 바람은 아닙지요 사람마다 바람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듯 사람마다 다르기 전에 바람은 바람 그 하나만으로도 다 다릅지요 바람이 그냥 바람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사람마다 다 같은 바람은 아닙지요 아으 바람이 들뜬다고 생각없이 그저 들뜨기부터 하는 바람의 추종자들, 아으 내 인생도 슬프기는 하지만 그들의 인생 슬픈 내 인생보다 더 슬프니 한 마디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습지요 그래도 명색이 시인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그냥 지나가면 내 인생 정말 헛되지요 헛되고 헛되고 헛되도다 하는 것은 잘난 누군가의 한탄인데 그보다 훨씬 잘난 시인이 헛되고 헛되고 헛되도다 하는 말 지나가는 바람처럼 내뱉는 건 당연하고도 당연합지요 바람이라고 다 바람은 아닙지요 바람도 바람 나름입지요 탄식을 불러내는 바람은 아니보고 상식입네 당연합네 그 물에 그 밥 그 술에 그 안주 탓하면서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훌훌훌 섞어버리는 물이 나는 싫지요 술도 물론 싫지요 바람이라고 정말 다 바람은 아닙지요<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