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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길 위의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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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청미
댓글 4건 조회 1,989회 작성일 05-12-2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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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이 좋으면, 길 건너 해장국집 뼈다귀 하나 쯤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았어, 뱃가죽은 자꾸만 오그라들고, 파란불을 기다리는 것은 사람이나 할 짓이지, 그냥 길을 건너는데, 빌어먹을, 냉동차가 검불 뭉개 듯 나를 치고 가데, 허공에 떠 있는 순간이 섹스의 절정 같았어.

개를 위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없나요? 빌어먹을, 개뿔도 없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그래서 당신들은 살아야한다는 그 기막힌 알레고리를 마른 오징어 다리처럼 씹으면서 개발의 피는 안중에도 없는 세상!

그런데, 왜 자꾸만 똥끝이 타지? 저기 분홍 리본을 맨 흰 푸들이 꼬리를 치며 오네. 저 요염한 것이 흘리는 페르몬 향이 자꾸만 아랫도리를 자극하는데 통 감각이 없네. 뭉클뭉클 뱃속에 것들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아, 하필이면 이럴 때 너는 왜 꼬리를 흔들어대면서 나를 사로잡는 거니, 아직 지푸라기 하나 들 힘은 있는 거야, 동의해 줘 제발.

난, 살, 아, 야, 해……

붉은피톨을 쭉쭉 짜서 길 위에 그리는
뭉크 이후의 저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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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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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

  "어렵기만 한 지랄같은 시, 정말 밥맛이야!" 이 말씀을 망년회에서 허 시인님 한테 들은 것 같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그동안 많은 생각에서 나온 말씀이었구나 생각이 들며, 갑자기 그 말씀하시던 허시인님 표정이 떠올라 혼자 웃어 봅니다. 길 위에 한 마리 개 죽음을 가지고 허시인님에 공인된 감수성은 참으로 많은 것을 불러오셨네요. 도전적이기까지 느껴지며, 그 동안 다소 머뭇머뭇대던 필치(?)가 한점 망서림 없이 휙휙 나가는 것 같습니다. 이 것이 허 시인님에 진면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년엔 자신감 갖으시고 멋진 시집 꼭 기대합니다(머뭇 머뭇 거리시면 제가 먼저 낼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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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제가 다 속이 시원합니다. 거침없는....<br />
멈추지 마시옵소서,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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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어쩌면 벽을 향해 앉아서 혀를 굴리는 자신의 독백이기도 하지요<br />
살아남아야 하는 일말의 명분을 구걸하는 구차함 같은...<br />
<br />
김시인님, 송년회때 제 망언을 어쩜 그렇게 투명하게 기억하시나요, 부끄러럽게시리...<br />
장시인님, 많이 힘 들고 바쁘시죠? 그래도 지금이 삶의 절정이니 즐기세요. 저도 기도할께요<br />
졸시에 힘을 보태주셔서 모두 고맙습니다<br />
새해에 좋은 글 많이 생산하시고 소망이 이루워 지시기를 빕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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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좀 가벼워져야 하는데 가벼워진다고 훨훨 날아갈 수는 없을 지라도 그래도 가벼워져야 하는데 새해 시작부터 모든 것들이 너무 무겁습니다.<br />
이 땅에 사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서 오는 인식차가 드러난 걸까요, 장성혜 시인님은 속이 다 시원하다고 하셨는데 제게는 너무 처절해서 뭐라고 한 마디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어 매일같이 들어와서 읽기만 하고 나갔습니다.<br />
가벼움이 곧 선이 아닌데도 때때로 가벼운 포즈를 취하고 싶은 건 저를 포함한 이 땅의 많은 시인들의 포즈가 너무 무거워서일까요? <br />
'처절하면서도 가벼운'이라고 하면 어불성설일까요?<br />
건필과 건강을 빕니다. 설 잘 쇠십시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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