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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넷,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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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넷, 습관 / 김효선
어디선가 그르렁 소리가 들리지만 그건 늘 징징거리는 바람소리. 침묵은 너무 달아, 가끔 지도에도 없는 길을 찾아 떠나지. 진찰을 받고 돌아설 때 의사는 고개를 흔들었어, 아프지도 않은 기억이 바람소리를 듣고 있어. 그 바람소리가 나를 흔들어. 하지만 난 아주 오래 전에 잠긴 채 버려진 지하실의 자물쇠처럼 낡아갔지. 내 몸의 주소는 이미 오래 전에 도둑맞았어. 내가 꿈꾸는 도시는 지도에도 없는 아주 먼 곳. 가끔씩 몸에서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어. 흰 알약들이 시간 맞춰 까딱까딱 목구멍으로 들어갔어. 아프지도 않은데, 수만 년 전에 길을 잃어버린 물소 떼들이 내게로 달려들어. 길을 찾아 떠나는 세렝게티의 초원처럼 아파트의 아침은 늘 싱싱해. 물소 떼들을 잃어버린 난 아직도 주소 없는 몸이야. 낡은 자물쇠, 꿈쩍도 하지 않는, 물소 떼들이 물을 마시고 있어. 또 어디선가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 기억 속엔 바람소리가 전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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