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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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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한 사발이 쭈글쭈글 졸고 있다
파 한 무더기가 길게 누워 졸고
둥근 호박 몇 덩이가 포개 앉아 졸고 있다
전대찬 노파가 그들을 앞에 놓고 함께 졸고 있다
그들이 졸고 있는 시장 한 귀퉁이가 졸고 있다
세상의 눈꼽만한 쪽이 지금 졸고 있다
쓸쓸함의 적막 한 조각을 깔고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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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너무 오래동안 쉬었던 민망함을 대신해서 졸시 한 편.........

김효선님의 댓글
김효선 작성일졸려요~~~~하품^^ 나른한 햇살에 반짝이는 졸음처럼 혹은 쓸쓸한 적막을 깔고 앉은 졸음처럼......그렇게 풍경이 그려지네요...

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시인은 이래서 아픈 존재인가 봅니다. 쓸쓸함 한 장 깔고 붙잡혀 있는 노파의 시절인연 한자락을 보는 눈은, 같이 덩달아서 졸고 있는 시점에서 시작된 것이 못되니 말입니다. 모든 실상을 깨달은 자의 눈은 자비롭지 않을 수 없다는 방금 읽은 유식학의 글귀 하나를 떠 올려 봅니다. 유시인님의 시선은 그래서 따듯한가 봅니다. 따듯하지 않을 수 없는, 여자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여자(오시인님 죄송)처럼.... 측은지심의 시선이 너무 따듯합니다.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어쩌면 잠은, 모든 자는 것과 <br />
모든 꿈꾸는 것에 다가가 <br />
합일되려는 제의가 아닐까요... 저 졸음들을 지켜보다 보니<br />
나도 저 들 것들의 한 켠 비집고 들어가 <br />
들 것이 되는 듯 해서요..... 훗.<br />

유경희님의 댓글
유경희 작성일
모두가 졸고 있다<br />
고추......<br />
파......<br />
호박.....<br />
노파가....<br />
시장 한 귀퉁이가.....<br />
적막 한조각을 깔고 앉아서<br />
이렇게 고치면 어떨까요<br />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br />
잘 지내시지요<br />
책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