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작품

옆구리에 끼인 달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장성혜
댓글 7건 조회 2,422회 작성일 05-10-16 09:35

본문


   옆구리에 끼인 달


   수박 한 통에 천원이라고 좁은 골목을 휘젓는 트럭이 올라온다. 그렇게 싼 게 정말 있냐고 눈이 번쩍 뜨이는 사람들이 모여들면, 시치미 뚝 떼고 앞줄에 앉아 있는 주먹만한 것들. 그러면 그렇지 이게 무슨 수박이냐 쥐어박혀도 입 꾹 다물고 있다가, 대신 뒤에 수북이 쌓인 달고 큰 것 내놓고 뒤로 빠지면 된다고, 닳고 닳아 벌써 꼭지가 말라가는 것들. 산동네 돌고 돌다가, 날 저물어 떨이를 시작해도 팔려나가지 않는 저 속 갈라보지 않아도 훤히 보이는데, 보름 만에 일당을 받았는지 벌겋게 취해 올라오는 사내가 잘 익은 놈 하나 골라놓고, 아무리 밑지고 준다 해도 천원만 더 깎아달라고 실랑이하다가, 대신 이거나 가져가라고 척 얹어주면,
   큰 놈 손에 넣고 덤 하나 끼고 옥탑방으로 오르는 옆구리가 환하다



추천1

댓글목록

profile_image

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무지렁이 한 생이 넉넉하지 못한 누군가의 옆구리에서 환한 달일 수 있다면<br />
그 생 또한 무지렁이는 아니죠. 한 덩이에 천원짜리 수박처럼 덤으로 얹어지는 존재의 의미가<br />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옥탑방 사내의 수박 들고 끼고 계단 오르는 풍경이 선하게 그려집니다<br />
난 누구의 천원짜리 수박인지 이 한 편의 시 속에서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br />
시린 옆구리에 끼이는 저 스산한 달빛은 뉘 선심인지.....<br />
<br />

profile_image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넉넉하고 가득함을 보여주는 달의 모양이, 저렇게 옆구리에 껴서<br />
인세 질척거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가 되는 모양... 그렇군요. 수박 한 덩이가 <br />
달게 보듬어 줄 가난한 자의 저녁 저 옥탑방으로 달빛은 제일 먼저 비추어 지리니<br />
한 끼의 저녁을 파는 이의 손 가벼움과<br />
한 끼의 사랑을 사는 이의 가벼운 주머니로 즐거울 성찬 !!!<br />
일용할 양식 늘 넉넉하여 지상을 기쁘게 하시는 이여.

profile_image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그 날 그 사내의 옥탑방에는 이태백의 달보다 더 많은 달이 환하게 비추었겠지요.<br />
큰달, 덤달, 얼굴달, 마음달, 하늘달, 애기달, 달달달달달.<br />
사내의 환한 옆구리가 퍼져 퍼져 온 옥탑방이 환해졌겠지요.<br />
비록 옥탑방만일지라도.<br />
시 잘 읽었습니다. 아침이 더 환해졌습니다.

profile_image

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꿈보다 해몽이 좋은 감사한 아침입니다. <br />
올려놓으니 허물이 참 많이 보입니다.

profile_image

김지연님의 댓글

김지연 작성일

  달을 파는 아저씨 우리 아파트에는 안오나, 저도 언제 그 사내처럼 트럭 기퉁이에 서서 수박 파는 아저씨랑 실갱이 한 적 있는데 아마 수박이 아니라 달이라고 생각 했더라면 절대 서있지 않았을 겁니다. 그 사내도 같은 마ㅡ음 이었을 거예요. 시 잘 읽고 갑니다.

profile_image

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

  산문시 형태인가요? 이번 사화집을 잘 낸다 싶습니다. 여적 까지 제가 읽은 장시인님의 어떤 시보다도 자유롭고 울림을주고 따듯한 시선이 있는 시 인것 같습니다. 힘을 죽 빼고 생각을 쫒아가는 모습이 참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장시인님 화이팅 입니다!

profile_image

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요즈음 올리시는 시들이 다 사화집을 위한 시들인가요? <br />
역시 그날 모두들 입다물고 앉아계셨던 이유가 있었군요. <br />
장시인님, 저도 기승기시인님의 말씀에 한 표 던집니다. 그런데 계속 쉼표로 끝나는 어미때문인지 <br />
리듬이 자꾸 끊겨 몇번을 읽었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