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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늙은 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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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효선
댓글 4건 조회 1,967회 작성일 05-10-29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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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늙은 개와  / 김효선

  

이제 잠은 텅 비어있다. 붉은 맨드라미와 채송화 꽃잎이 빈 잠 속에서 가늘게 흔들리고 있을 뿐이다. 세월은 마당을 지키는 늙은 개. 아무도 어머니의 잠 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잠을 자고 나면 호박잎 줄기처럼 실핏줄이 돋는 푸른 꿈이 생겼으면. 아무도 어머니의 잠 속으로 말을 걸지 않는다. 푸른 혓바닥으로 떨리듯 부르던 이름들은 강가나 모래언덕에서 갈대를 키운다. 시간은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늙은 개. 해가 지자마자 꽃이 지는 채송화 빈 줄기처럼 잠이 드는데. 아무도 늘어진 슬픔을 붉은 맨드라미 속에 숨겨놓진 못한다. 습관처럼 햇살 모서리에 기대어 늙은 개가 하품을 한다. 아무도 어머니의 잠 속으로 걸어오지 않는다. 가는 실밥끝으로 떨리는 침묵,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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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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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가을이네요! <br />
어머니가 되어 빈 집을 지키네요. 꿈이 없는 빈 잠. 어슬렁거리며 오늘 무얼 먹나 냉징고나 열어보고.. 실핏줄이 돋는 푸른 꿈을 가진 적이 있었던가? 채송화 꽃잎처럼 떨리고, 강가를 거닐며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었던가? 햇살 쏟아지는 창가에 기대 드라마 같은 가을 풍경을 무심히 내다봅니다. 그러나, 세월 지나 무뎌지고 비어버린 것 뿐인가?  더 깊이 숨어버려 수심을 알 수 없는 꿈과 떨림. 침묵은 얼마나 큰 외침인지 귀 기울여보는 가을아침 입니다. 가슴 떨리는 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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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효선씨, 오래간만이예요. 날마다 바쁘다면서도 여전히 시심은 잘 삭히고 계시군요. <br />
아무도 어머니의 잠속으로 걸어오지 않는다. 가는 실밥끝으로 떨리는 침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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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

  과연 언어에 마술사 이십니다. 어떤 관념(명)도 색으로 해체되어 낮설게 서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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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님의 댓글

김효선 작성일

  김승기 선생님은 너무 칭찬만 해주시는 거 아닌가요?^^ 잘 지내고 계신거죠? 저번에 제주에 왔을 때 뵙지도 못하고 너무 서운했어요...눈꽃 피는 한라산도 정말로 멋있답니다...<br />
장성혜 선생님! 그리고 유정임 선생님! 언제나 찾아가도 웃고 있을 것만 같아 그 모습이 선합니다. 그 웃음속에 감춰진 시심...햇살 속에 숨겨진 뜨거운 열정으로 다가올 때가 많아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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