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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는 가랑비도 외고집 부린다 /이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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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는 가랑비도 외고집 부린다
가뭄에는 가랑비도 애를 먹였다
빛을 사리고 구름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가리고 펴기를, 연사흘
오늘은 기어이 아침부터 까맸다
하늘만이 아니라 땅까지 까맸다
가뭄에는 가랑비도 외고집 부리는 걸까
이제 갓 열매맺는 홍고추
이제 갓 떡잎 떨군 흰콩
이제 갓 속잎 뽑아 올린 배추며 열무
연일 들여 마신 햇살에 취해
잎이 구역질하더니 줄기마저 휘청댔다
불을 붙이면 마당에도 불이 붙겠다 싶은 날
갓난애 오줌 싸듯 질금 비가 내렸다
질금거린 비 덕에 바람이 일고
바람 끝에 손바닥 뗏장 뜨고 게으른 싹이 돋았다
송곳도 톱날도 없는 것이 고 연한 목심 하나로
뗏장 떠밀고 틈새로 싹을 내밀었다
쏴-
하늘에선 장대비가 돋았다.
가뭄에는 가랑비도 애를 먹였다
빛을 사리고 구름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가리고 펴기를, 연사흘
오늘은 기어이 아침부터 까맸다
하늘만이 아니라 땅까지 까맸다
가뭄에는 가랑비도 외고집 부리는 걸까
이제 갓 열매맺는 홍고추
이제 갓 떡잎 떨군 흰콩
이제 갓 속잎 뽑아 올린 배추며 열무
연일 들여 마신 햇살에 취해
잎이 구역질하더니 줄기마저 휘청댔다
불을 붙이면 마당에도 불이 붙겠다 싶은 날
갓난애 오줌 싸듯 질금 비가 내렸다
질금거린 비 덕에 바람이 일고
바람 끝에 손바닥 뗏장 뜨고 게으른 싹이 돋았다
송곳도 톱날도 없는 것이 고 연한 목심 하나로
뗏장 떠밀고 틈새로 싹을 내밀었다
쏴-
하늘에선 장대비가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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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가뭄에는 가랑비도 애를 먹이더니 쏴- 하늘에서 장대비 쏟아지니, 어쩌란 말이냐, 이제 고 가랑비에도 연한 목심 하나로 뗏장 떠밀고 틈새로 싹을 내미는 그 싹이 대견하기도 하더니, 대견하다는 말 끝에 대견한 생각과 몸짓이 무심하도록 장대비 쏟아지니 그 대견한 싹은 또 어쩌란 말이냐.<br />
생각이 생각을 낳고 생각이 시를 낳지만 가랑비는 가랑비, 장대비는 장대비. 가랑비 이야기 끝에 왠 장대비. 이선임 시인 2탄이 있나요?

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참 오랜만 입니다. 자주 뵙시다. 장대비가 돋았다? 장대비가 무지게처럼 환시쯤으로 하늘 저쯤에 원망처럼 뜬 건가요? 오늘 영주는 지금 술 생각 날 만큼 비가 옵니다.

김지연님의 댓글
김지연 작성일
정말 오랜 만에 들어 오셨네요. 잘 계시지요. 가뭄에는 가랑비도 외고집 부린다 라는 제목이 화자가 역어 내는 시골 풍경이랑 잘 맞아 떨어 진 것 같습니다. 이제라는 리듬을 준 것도 인상 깊구요<br />
그런데 마지막 행이 눈에 들어와 가시처럼 제자릴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건필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