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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른이라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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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성
댓글 5건 조회 1,938회 작성일 05-09-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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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른이라는 강이 있다.
그냥 강이어서 갠지스의 멱감기는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그곳에 모여 요한의 세례를 흉내 내거나
저자에서 거두어 온 자라 미꾸라지 잉어 새끼를 풀어 놓는다.
때로 강은 시간을 흘려보내거나 물밑으로 감춘다.
흔적을 떠내려 보내거나 감춘다. 그 곁에서
뭍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죽은 이의 옷에 부적을 꿰매 넣고 물위에 던지거나
기억이나 절망, 상처투성이의 몸을 던져 넣기도 한다.
때로 강은 감추어진 것을 드러낸다.
저 가득함으로도 오래 품을 수 없는 것은 늘 있는 법이어서
익사한 지 사흘이 지난 시신을 떠올려 무언가를 기억하게 만들거나
오래 잠겨 있던 호리병을 어부의 그물에 실어 보내기도 한다.
때로 강은 흐름을 감춘다. 강이 얼고,
얼음 위로 눈이 덮이면 강은
강 아닌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소른이라는 강도 때로 그렇게 저를 감추지만
여전히 그 밑으로는 물이 흐르고 시간이 흐르고
감추어진 것들이 감추어져 있다.
그러므로 모든 강이 그냥 강은 아니듯
소른도 그냥 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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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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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강'이라는 것이 담고 있는 의미는 참 큰 것 같습니다. '품'이기도 하고 '시간'이기도 하고  '근원',<br />
'생성', '소멸'..., 소른강이 내재하고 있는 것에 대한 시인의 투시가 크게 느껴집니다<br />
그런데 소른강이 어디에 있는 강인가요? 시인의 사유가 머문 그 강이 궁금합니다<br />
좋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건필과 문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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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

  강에 무엇을 던지는 의식을 통해 사람들은 삼법인을 연습하는 것 같습니다. 나도 오늘 퇴근 길에는 우산쓰고 서천 천변을 걸으며 무엇을 던져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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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씨니피에가 없는 씨니피앙, 단순한 기호의 조합일 뿐이죠........ 하지만 소른이라는 이름을 가진 강이 없으니 어떠한 강이든 소른으로 불리어질 수 있지 않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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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희님의 댓글

유경희 작성일

  소른이라는 강을 오래 들여다보고 싶네요<br />
<br />
삶이 강이겠지요<br />
조용히 있으면 평화롭게 흘러가는<br />
사람들이 의미를 붙이면 <br />
평화가 깨지는<br />
<br />
그런데 1연만 있는건 어떨까요<br />
그게 더 느낌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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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예, 고맙습니다. 시라는 형식에 끼워 넣자면 아무래도 그래야겠어요.<br />
하고싶은 말을 다 해버리니 긴장도 떨어지고, 느슨해 보이네요. <br />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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