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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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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정임
댓글 7건 조회 2,140회 작성일 05-04-0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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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어머니
잠 한숨 자고 나면 아침인줄 알고
손거울 들고 화장을 하신다

어느날
화장하는 어머니 뒤에서 거울을 훔쳐봤다
기억의 블랙홀이 거울 안에 까맣다
홀 안에 어머니 얼굴이 하얗게 떠있다
검버섯이 돋아있다
깊게 패인 주름에 땀이 고여 있다
눈썹을 그리는 어머니
손이 굼떠 몇 번을 고친다
빨갛게 칠하는 입술
옆에 젊은 날의 어머니가
내 얼굴로 떠있다
너무 놀라 어머니 몰래
그 거울 내 품에 감추었다

간만에 찾아와 당신 곁에 잠든 딸이 깰까봐
동도 트지 않은 컴컴한 밤
불도 켜지 못하고
가 등 불빛 스미는 희미한 창가에서
어떻게 찾았는지
그 거울 다시 들고 화장을 하신다
어머니 거울 속에 내 빨간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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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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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

  치매는 정말 기억의 불랙홀이지요. 옆에 있는 가족은 당황스럽고 마냥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런 정황이 절절히 그려지고 있네요. 거울 속에 어머니 얼굴에서 자신의 얼굴의 발견은 여러 의미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신경림 시인에 자신과 아버지에 동일화를 그린 어느 시 하나가 스쳐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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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내 어머니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밥을 짓습니다. 아직 깊이 잠들어 있는 <br />
손주들, 자식 며느리 잠 깰까봐 불도 켜지 않고 발뒤꿈치로 걸으시며 아침밥을 짓습니다. <br />
난 아침 여섯시 일어나 입맛 없다고 툴툴 대며 선심쓰듯 두어숟갈 뜹니다. <br />
어쩌다 내가 밥 한공기를 다 먹으면 어머니는 참 고마워 합니다. <br />
내 어머니는 일흔 일곱살이시고 잘 걸으시고 잘 드십니다. <br />
나는 아직 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잘 모르지만, 시를 읽으면서<br />
아침 동트기 전 집을 나설 때마다, 창가에서 손을 흔들던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br />
쓸데없이 추운 데 왜 밖에 나오시냐는 투정을 이제는 그만 부려야 겠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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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님의 댓글

김지연 작성일

  지난 주말 어머니를 뵈러 시골에 다녀 왔습니다. 예전엔 가득찬 마음으로 돌아왔는데 요즘들어 텅빈 마음이 되어 돌아 옵니다. 고속도로 내내 아무말 없이 달려 왔습니다. 언제 불러도 미어지는... 언제들어도 기분 좋은 단어 인것 같은데... 선생님 건필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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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어제 한식 성묘를 다녀오면서 점점 엷어지는 기억 참 무상했습니다<br />
생전에 거울 앞에 앉기를 그렇게 좋아하시던 어머니, 병석에 계실 때에도 머리맡에 두시던 거울,<br />
돌아가실 때까지 자신의 모습을 확인 하시던 어머니의 철저함이 새삼스레 떠오릅니다. 나 또한 지금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겠습니다.어머님이 생전이신 유시인 부럽습니다. 거울 속에 어머니, 그리고 나,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큰 존재의 의미는 없겠지요. 좋은 시 한 편 잘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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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률님의 댓글

이성률 작성일

  '어머니 거울 속에 내 빨간 입술' 참 좋네요. '기억의 블랙홀이 거울 안에 까맣다'와 같은 표현으로 산문이나 서술의 경계도 뛰어넘었고요. <br />
 목소리 들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뵙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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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김승기님,김재성님,김지연님,허청미님, 이성률님, 저 잊지않고 늘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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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저도 비슷한 주제로 쓴 시가 있습니다.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던 어머니 모습이 나와 너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너무 공감이 되는 시입니다. 그런데 시노래 가사는 왜 삭제하셨어요? 너무 좋던데... 문학기행은 안가시나요?  꼭 같이 가셨으면 좋겠는데...<br />
저도 그 마음 충분히 알고도 남지만 올라왔다 금방 사라지는 시들 너무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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