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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레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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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레르기 >
수컷들에 공습이 시작되었다
신형 무기는 둥둥 떠다니며
구멍이라는 구멍은 다 들어가서
기어이 임신을 시켜버린다
내 코 점막 세포들은 만삭이고
기도의 무정란 세포들도 배가 차오르고 있다
꽉 막혀버린 호수
하루 종일, 막힌 호수를 뚫으려고
킁킁대고, 기침을 한다.
바야흐로 지구는 거대한 자궁이다
자욱한 밤 꽃 냄새,
이 왕성한, 집요한 공습.
댓글목록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아침에 울진에서 청하로 내달리는데 먼 산에 하이얀 꽃들이 어릿어릿 내게로 다가왔습니다. 달리던 차 속도 줄이고 밤새 풀지 못한 꿈 어질어질한 상상하며 왔는데 김승기 시인이 먼저 꽃의 공습을 감지하고 경고 신호를 보내셨군요.<br />
경고신호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오늘 아침의 어질어질한 상상에 대한 메모를 저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불온한 상상을 부추키는 아카시아꽃은 불온하다' <br />
같은 사물을 보면서도 우리는 사뭇 이렇게 다른 꿈들을 꿉니다. 직업의식도 한 몫하는 것 같고요.<br />
건필을.

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밤꽃 지천으로 페르몬 향 낭자한 계절이지요<br />
우선 저돌적이고 감각적인 詩語들이 팽팽하게 긴장감을 불러 일르켜 신선합니다<br />
시제 '알레르기'의 이미지가 전편에 내재되어 무리는 없는데<br />
자세히 보면 짧은 시 속에 두가지 이야기로 나눠지는 것을 느낌니다<br />
첫째는, 도입 1연과 결 7연에서는 밤꽃 이미지로 읽히고,<br />
둘째는, 나머지 중간 연들에서 감기 이미지로 읽힙니다. 6연에서 두개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장치가 적절하면서도 왠지 좀 갸웃해 봅니다 저의 시 읽기의 한계죠. 탄탄시 부럽습니다 건필하세요.

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4연5연이 감기이미지로 읽히는것은 허시인님과 생각이 같습니다. 호수가 꽉 막힌것 보다는 오히려 양수가 이미터져 물이 줄줄 새는데도 아기가 세상밖으로 못나오는 그 괴로운 상황이 오히려 알레르기랑 더 잘어울리지 않을까 혼자 생각했습니다.그리고 이미지가 점차 확대 됐는데 마지막연에가서 다시 확 줄어든 느낌입니다. 그마지막 연을 위로 올려서 제 1연과 합치면 어떨까도 생각했구요..

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알러지(allergy)는 알러젠(allergen: 꽃가루, 면, 진드기 등등)에 과민반응으로, 점막 세포가 충혈이 되고 진물이 나는 등, 감기와 유사한 반응을 일으킵니다. 저는 5월만 되면 내 숨 쉬는 호수인 호홉기가 막혀 답답하고, 그래 기침도 하고 콧물도 흘리며 봄을 납니다. 모든 꽃 가루는 정자와 같은 숫놈일 거고.... 내 호홉기 점막에 들어와 임신을 시키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연의 왕성한 번식 능력에 혀를 차 봅니다. 2005/05/17

손한옥님의 댓글
손한옥 작성일
안녕하시기를 빕니다만 <br />
작품으로 대하자면 곤욕을 치르고 계신 듯 합니다<br />
5월이 빨리 지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쾌차하십시요<br />
<br />
감기와 유사한 엘러지를 남자들의 공습이란것으로 알레고리로 놓으셨군요<br />
양자의 결합이 잘 조합되어 명쾌합니다<br />
신선합니다 <br />
다만 6연이 결구가 되었으면 더 단단할 것 같습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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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그래요. 세상은 온통 구멍뿐이에요. 아구처럼 입을 벌리고 <br />
성난 수컷들을 빨아들이고 있어요. 부풀어 오르고 있어요. <br />
이상해요. 왜 저렇게 커지는 걸까요. 모든 게 가려지는 걸까요. <br />
이제 내 몸으로도 누군가 들어오고 있어요. 이물스러워요. <br />
알레르겐 테스트에는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지만 눈에서 귀에서 림프구가 흘러 나와요. <br />
꿈틀거리고 있어요. 혼자서 분열하고 세포를 증식시키고 있어요. <br />
자꾸 부풀어 올라 온통 세상을 덮고 있어요. <br />
<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