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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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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을봉 중턱, 해우소가 많아 지린내 매캐하다 군데군데 쉬나무는 푯말을 달아놓고 제 몸이 다 젖는 배설을 허락하고 있다 나무의 허벅지 부위쯤에 뚫어진 네 개의 구멍 딱다구리 해우소다 일문권속이 다 드나드는지 맨질맨질 닳아 있고 갯수도 많다 가끔 숨찬 바람이 고개를 넘다가 볼일을 보는지 그 속에서 계곡물 쏟아지는 소리 들린다
배낭을 매고 산을 오르던 두 사내가 청오이를 입에 물고 돌아서서 쉬를 한다 나도 지금 치마를 입고 싶다 청오이가 먹고 싶다 병풍처럼 치마를 둘러 놓고 청오이를 먹으면서 오래 앉아 시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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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화답시치고는 참 묘하네요. 이것도 관음증인가요. 남자는 여자를 훔치고, 여자는 남자를 훔치는.<br />
시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즐겁습니다.

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세상 사물들에게 이름은 누가 붙여주는지, 신기하고 재미 있는 이름 참 많습니다<br />
'쉬나무'라는 나무 이름 역시 그러네요<br />
'쉬나무'를 해우소로 연상한 시적 착상이 재미 있습니다 1연에서는 자연물의 해우소로,<br />
2연에서는 사람의 해우소로, 남녀가 유별하니 독자들은 필히, '쉬나무'의 암수를 구별할 수 있는 혜안이 있어야할 듯^^. 작품감상 재밌게 했습니다. 손시인님의 좋은 작품 많이 올려주시기를.

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손시인님, 반갑습니다. 지난번 시에도 리플을 달았었는데 어디론가 다른곳으로 가버리고 없드라구요.손시인님의 시숲에 들어가는 길을 잘못 찾았지 싶어 그냥 문밖에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br />
오늘 다시 들어왔드니, 웬 해우소가 이리 많습니까 바람도 딱따구리도 지나가는 남정네도 모두 들러가는데 우리라고 못할일 있나요. 허시인님과 내가 병풍막이 해드리면 안될까요. <br />
시 너무 재미있습니다. 건필하세요.

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쉬나무, 배설, 네개의 구멍, 계곡물 쏟아지는 소리, 청오이, 치마, 시원하고 싶다.... 프로이트가 이 시를 읽었다면 어떤 분석을 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뚫어진 네 개의 구멍....갯수도 많다..... 충돌하며 좀 모호하게 다가 오네요. 자주 이렇게 뵈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