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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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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기
댓글 8건 조회 2,054회 작성일 05-06-05 08:02

본문

< 비1 >

몇 줄기 비가 떨어지더니
한바탕 퍼부었다.

호박 덩굴 속
허옅게 나둥그는
호박덩이들.

좀 날이 훤해진다.

뭔 날씨가 그리
변덕스러운지....

이 간호, 당신도
그 밭에
있었단 말이지?

속수무책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마냥 당신도
견뎠단
말이지?


< 비2 >

올 해 몇 번 큰비가 왔어도, 그냥 지나가더니 오늘은 한꺼번에 내게로 온다. 창문을 닫아도, 닫아도 따라오는 축축함. 그 생소한 언어에 놀라 거리로 뛰어나온 차들은 불길한 주문처럼 경적을 울려대고....기어이 내 가슴 속 산 하나 위험한데, 저기압 골 가득한 환자들은 꾸역꾸역 몰려와 긴 띠의 비전선을 자꾸 뿌린다. 두어 평 짜증스런 기압골들이 서로 부딪치며 천둥, 번개까지
.... 책상 앞에 백기가 제법 붉다.


< 비3 >
- 비는 견디는 것이다-

주점에 들려 적절한 농도의 우산을 쓰고 피해버리던지, 아니면 이유 없이 허허벌판에 내 몰려 수직의 주먹질에 흠뻑 얻어 맞던지

너무 일방적이었다. 아무리 도망가도 골목엔 비가 오더라. 끝까지 소곤 소곤 스며오더라.

맨살의 피부 끝마다 난해한 친구를 앉히고 긴 대화를 꿈꾸는 너무나 때 늦음.

자세히 보니, 너는 전생에 일찍 이사 간 순이다, 어릴 때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낮잠 자다 깨어 울던 무서운 하늘이다. 어릴 때 몰래 보았던 엄마의 속살이다, 아니 엄하기만 하던 아버지의 회초리다

비는 익숙하지 않은 내 언어의 두드림. 나는 그 대화를 이어가기엔 아직 너무 귀먹었다. 이해 못하는 긴 손님을 위한 유일한 대화법은 그저 견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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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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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처음에 소나기 인줄 알았더니 장마입니다. 우산으로 피할 정도의 비가 아닌 것 같습니다. <br />
감동에 흠뻑 젖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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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님의 댓글

김지연 작성일

  후덥지근 한 날 시원하게 앉았다 갑니다. 바쁘실텐데... 비3가 제 마음에 닿네요 회장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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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이유없이 불안하고 짜증스런(?) 심리상태를 빠르고 숨찬 리듬에 실어 표현한 <비2>가 후딱 마음에 다가듭니다. 자주 대하는 김승기 시인의 호흡에 맞춘다면 비에 푹 젖은 풀잎마냥 축 쳐져버릴 수도 있는 내용을 빠르고 급박한 리듬이 너무 잘 살리고 있습니다. 이왕 리듬을 살렸으면 말줄임표마저도 생략하고 계속 채찍맞은 말마냥 달려가심이 어떠하실런지......<br />
<비3>은 여러가지의 이미지가 혼재되어 묘사되었는데 혼재된 이미지를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된 것처럼(?) 문장을 뒤섞어 바꾸어보셨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각각의 이미지는 모두 좋습니다. 다만 중심이 어딘지 모르게 너무 흩어진 느낌이 듭니다.<br />
건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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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비는 김승기님 아니신가요. 펜만 들었다하면 거침없이 줄줄 쏟아져 내리는 그 시력, 장시인 말대로 그냥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니라 꾸준히 내리는 장마비지 싶습니다. 저도 남시인님같이 비2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비3은 너무 많은 이미지들이 오히려 비를 어지럽게 하는것 같기도 하구요. 저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데로 4행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너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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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비>를 주제로 한 3편의 연작시군요<br />
1, 2, 3,으로 각각 독립된 이미지의 묘사로 보고 싶은데, <비1>과 <비3>에서 "견딤'이라는 이미지가 주제의 바탕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비3>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하나씩 독립해서 확장 시키면 <비4><비5>.... 비의 연작으로 좋은 작품이 새로 나올 것 같은 오독을 해봅니다 하나의 대상에서 이렇게 다양한 사유와 인식 이미지화 하시는 김승기시인의 시선, 시안에 기립박수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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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br />
아무런 생각없이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듯 <br />
그렇게 시를 읽으며 빠져들었습니다.<br />
비에 대한 느낌은 늘 새롭고 깊습니다. 내 손이 닿지 않아<br />
만져줄 수 없었던 내 몸의 부분들을, 비는 늘 씻어 내리지요.<br />
김시인의 비속에서 나 또한 속수무책으로 <br />
무장해제 되었습니다. 우기가 기다려지는군요.<br />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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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인숙님의 댓글

심인숙 작성일

  저 또한 빗속에 젖어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들며...<br />
잊고 있던 비! 대책없이 제 세계의 한 문을 열게하는군요<br />
이렇듯 시 한편의 감동은 마음을 깨우고, 일상을 꿈틀거리게 하는거겠지요<br />
좋은시 감상 잘 했습니다<br />
저도 우기를 기다려봅니다...  <br />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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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한옥님의 댓글

손한옥 작성일

  <비3>에 감동합니다<br />
특히 제가 하고싶은 말을, 비를, 우울을 다 설하신 4행의 이 조밀한 감각에 오래 머뭅니다<br />
전생의 순이, 하늘, 엄마의 속살, 아버지의 회초리들을 열거하여 점층법의 확장이 질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한 행 전체의 투명한 접속이 비를 살렸다 여깁니다<br />
<br />
도굴해가고 싶군요...ㅎㅎ<br />
<br />
(비1,2)도 진술이 좀 더 집요했으면 좋겠습니다 죄송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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