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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기억2 外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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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관영
댓글 5건 조회 2,483회 작성일 04-10-25 13:20

본문

육체의 기억2 外 1편


겨울비 오는 저녁 무렵
당구장 하는 친구에게 들렀다.
들고 뜯거나 싸 먹기 귀찮아 시킨,
부대찌개를, 데우면서
소주를 마셨다.
이 년 넘게 당구장을 해도
구력 50이 늘지 않는, 이미 잡스러워진 두 몸은
그 시절,
연습구만 쳐도 늘던 한때를 추억했다.
그 때 150 치던 다마는 지금도 150인 육체를 고집하고 있으니
그러니, 육체의 기억은 자동화된 습관
기억이 전무하던 그 때, 친구를 따라와
당구장 한켠에 큐대처럼 서있던 여학생
친구만 보면 웃던 쓰리 쿠션 같은 웃음 떠오른다.
붉은 당구알만 했을 아이는 어쨌던가.
창밖엔 진눈개비 내리고
다 실패하고 장가들만 잘 갔다는 그 큐질 너머
씹지 않아도 넘어가는 햄처럼
짜질 일만 남은 육체는 퉁퉁 불어 올랐다.
차마 묻지 못할 육체의 기억이 기어나와
연방 소주를 마셨다.

인제 추억을 만들 수 없는 잡스러워진 몸들이
기억만 점점 분명해지는 몸들이, 이 당구장으로
셋째 주 토요일, 는적는적 기어든다.
모여들고 있다.



따지기


언 자리와 마른 자리를
제 속에 두는 게 봄이다.
비닐하우스, 그 문턱이 봄의 중심이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비닐하우스가 있고
보온 덮개가 있다.
이제 막 상토를 밀며 나오는 고추 모종들
들락날락하는 내 걸음에
시루떡 같은 흙이 들러붙는다.
이 불화의 걸음걸이,
장화 코를 차대며 해찰하다가
돌팍에 진흙을 떼어낼 땐
주걱에 묻은 밥풀을 앞니로 긁는 것 같았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또 비닐하우스
그 안에 노란 백열등을 밝히는 마음
일 마치고 장화를 벗어 털었다.
바닥에 부딪는 장화의 타격음
꽃샘바람에 올라탄다.
떡잎처럼 떨어져 내린,
내 발바닥의 비밀한 상형문자
그제서야 보았다.

나는 지구의 봄 소식을 장화로 타전하고는,
문짝 비닐의 떨림 같은 코를 골았지 싶다.

추천5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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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시 너무 좋습니다. 잔잔한 삶의 슬픔이 진한 국물처럼 우러나와 있네요.<br />
살면서 넘을 수 없는 경계와 그 경계를 밟고 다니면서도 보지 못한 바닥을 들여다봅니다.<br />
남편이 결혼할 때 3급이었던 바둑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3급인 이유를 알 것도 같네요.<br />
사람 사이의 경계와 그 밑바닥의 상형문자 같은 슬픔을 들여다보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br />
나이가 되어 간다는 것이 슬픕니다. 그 위로 가을이 지나갑니다.<br />
절경일 하선암에서 이 가을 월척을 낚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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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총무님, 관심과 배려에 감사드려여. 하시는 칭찬만큼 시가 좋았으면 좋겠는데, 다만 바람뿐입니다.<br />
-제게 댓글을 받았던 분들은 제 시에도 댓글을 좀 달아 주세여. 안 달은 사람은 기억했다가 나도 안 달을 거예여(심각하게 고민 중임!!!-엄포임)<br />
-좋은 가을, 참 좋게 보내시고 건필하시길 -<br />
-가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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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님의 댓글

김효선 작성일

  쓰리 쿠션 같은 웃음 *^_^* 으로 때우면 안될까요?ㅋㅋ계절이 바뀔 때마다 함께 앓는 병...오랜 고질병처럼 이 가을도 깊어갑니다...건강하시죠? 그리고 시...뭐랄까?....육체의 기억처럼 따지기 좋아하는 내 고질병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ㅋㅋ 농담이구요...몇 번 들어와서 읽었습니다...읽을 때마다 그 맛이 새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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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시의 다양성과 일상화에 대해서, 시의 소재에 대해서, 미시적 관점의 한계에 대해서. 작아지고 작아져 마침내 사라지면 좋겠지만 사라지지는 못하고 작아질대로 작아진 다음 그 작음으로 걸어가야 하는 끝에 대해서.  멈춤의 평안함에 대해서, 멈춤의 답답함에 대해서. 찰라의 깨달음에 대해서, 찰라의 깨달음의 표현의 한계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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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남 시인의 시 한 편 같구먼. 진급 축하한다요. 좋은 시 많이 쓰시고 또 바닷가니 낭중에 가면 회 좀 부탁합시다. 낭중에 음모를 꾸며서라도 한번 처들어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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