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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어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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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성
댓글 0건 조회 1,956회 작성일 04-11-1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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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랐어요. 당신이 멈출 수 없다는 것. 멈춤이 소멸이어서 끊임없이 떠돌아야 한다는 것. 당신이 스칠 때마다 나는 찰랑찰랑 이파리를 흔들었지요. 깃발처럼 우쭐해져 타닥타닥 가지를 흔들었지요. 곁눈 한번 주지 않고 휘-익 스쳐 가는 당신 가벼운 모습에 안달이 나기도 했지요. 나는 오래 기다렸어요. 당신이 내 어깨에 걸터앉아 쉬기를, 내 그늘에 누워 잠들기를... 아 내 탓이에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야 하는 당신. 나는 관계를 꿈꾸었어요. 서로에 의한다는 것은 얼마나 따듯한가요. 하지만 당신은 관계를 벗어나고 나는 이제 노래를 부르지 않겠어요. 당신은 노래를 부르거나 말거나 그러세요. 이파리를 흔들지도 않겠어요. 지나가는 당신 쉬 스쳐갈 수 있게, 소리를 내지도 않겠어요. 뭐든 소리가 되면 할퀴려 들지요. 때로 나는 바람이 상처를 아물리기도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당신이 불어오는 곳으로 가슴을 벌렸지요. 당신이 내 몸을 잘 느낄 수 있게, 당신이 내 몸에 흔적을 세길 수 있게. 하지만 이제 가슴을 웅크리겠어요. 어쩌겠어요, 멈출 수 없는 당신. 그러니 그냥 가세요. 불어온 곳으로. 나는 여기 이렇게 서 있겠어요. 아픔은 늘 서있는 것들의 문제지요. 바람이 어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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