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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잠수(潛水) 외(시와사람 2004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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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효선
댓글 3건 조회 2,108회 작성일 04-12-0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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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잠수(潛水)



그녀는 베고니아가 핀 창가에 앉아 있다
해무(海霧)가 파도의 속살을 들추는 곳에서 나는,
푸른바다가 그녀의 눈 속에서 잠시 출렁이다 꺼진다
스스로 그늘이 되어버린 모서리 나는,
햇살이 그녀를 지나쳐 내게로 와서 부딪친다
멀미나는 바다를 떠나야겠다고 나는,
알약처럼 그녀의 말투는 탁자모서리까지 굴러가 멈춰 있다
혀를 놀릴 때마다 자꾸만 불꽃으로 타오르는 나는,
아직도 그녀는 젖어있는 지느러미를 살랑거려본다
흩어진 말투를 주워모으며 햇살에 부서지며 나는,
그녀, 음모(陰毛)가 빠져나간 자리마다
하얗게 피어있는 베고니아  
젖은 구두를 신고 밥알을 삼키는 나는,
쇠사슬을 문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뭉쳐진 푸른 오후의 창밖을
들여다 본다 들여다만 본다
다시는 타오르지 않을 것처럼 까맣게 앉아있는 그녀


<시와 사람 >2004년 겨울호


그는 언제나 맨발이다



터벅터벅 아스팔트를 지나는 비는
콘크리트 벽에 넝쿨을 만들다가
가로등 아래에 멈춰선다.
등을 보이며 걸어가는 남자를 넝쿨처럼 감아 오르는 비.
비에 젖은 신발이 바닥에 달라붙어 녹슨 비명을 지르다가
토닥거리는 빗줄기에 길을 재촉한다.
뒷모습이 바닥을 드러낸 술병처럼 투명해진다.
날마다 깨진 불빛들이 발바닥을 찔러대는
가로등 아래,
둥근 것들도 모서리를 만든다.


빗물은 왜 가로등 밑을 지나며 반짝이는지.


<시와사람 >2004 겨울호




추천5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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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잘 지내죠? 반갑네! 이번 망년회는 오나여? <br />
-'쓰리쿠숀 같은 웃음'으로 나도 때워야겠는걸여. '둥근 것들도 모서리를 만든다'는 이미지만 선명하고 ---<br />
-찬찬히 읽어볼게여~ <br />
-가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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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님의 댓글

김효선 작성일

  그러게요.....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12월이라는 숫자만 마음을 버겁게 만드네요...감기는 여전히 잘 있나요?^^내년 창간식??인가요? 그땐 꼭 갈게요....쓰리쿠션 같은 웃음으로 반겨주실 거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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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푸른 잠수'를 다시 읽어봅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그녀와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나의 상념을 연속적으로 배치시킨 면이 새롭다(?)는 느낌은 있지만 몇일을 계속 읽어도 시인의 의도가 자연스런 연상으로 넘어가지 않아 오늘은 '그녀' 따로, '나는' 따로 떼어서 읽어봅니다. 따로 떼어서 읽는 '그녀'의 '푸른 잠수'는 참 좋군요. 시를 낯설게 표현하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한데 이런 경우 낯설게 한 부분인 '나는'을 드러내는 형식을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시나리오의 지문처럼 괄호 안이나 줄 안에 넣어 본다거나 하는 것으로요. 아님, 결국 그녀도 나도 모두 마지막 3행에 귀결되는 듯이 보이던데 그녀와 내가 따로 놀아도 같이 마지막 3행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문장을 바꾸는 것도 어떨까 싶기도 하고요. 송년모임에서 만나지 못해서 아쉽군요. 연말연시 알차게 보내시고요, 늘 건강,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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