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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마동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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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마동에서 >
구마동 황토 민박집에 들어와
혼자서 빗소리를 듣습니다.
한참 빗 소리를 듣고 있자니
내가 비가 되어 내립니다.
산 굽이 굽이 흘러온 계곡 물도
밤새 혼자서
빗소리를 듣고 있었나 봅니다
댓돌 밑에 시들어가는 국화도
잎이 다진 나무들도
밤새 혼자서
빗소리를 듣고 있었나 봅니다.
태백산 깊은 계곡
산자락 하나가
추적추적
찬 비가 되어 내립니다
댓글목록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어떤 사물을 오래도록 보고 앉아 있으면 어느 순간에는 그 사물에 동화되어 보고 있는 사물과 나의 분간이 어려워집니다. 바다를 좋아하는 나도 너무 오래도록 바다를, 파도를 보고 있다가 나와 바다와 파도를 분간하지 못하여 몇번이나 바닷물에 빠져 흘러갈 뻔한 적이 있었지요. <br />
밤새 빗소리를 듣다가 마침내 비가 되어 빗속에 선 계곡과 국화와 나무와 한 몸이 되어 흐르는 흘러가는 시인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아아 아름답습니다.<br />
시평을 하기 전에 먼저 감상에 빠져 나도 비가 되어 흘러가는 꿈 잠깐 꾸었습니다.<br />

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산자락 하나가 비가 되어 내리는듯...<br />
비 내리는 날 읽어서인가요 너무 젖어들고 너무 절절한 감정이 <br />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잠시 해보았습니다.

이성률님의 댓글
이성률 작성일
빗소리를 듣다가 비가 되고 그렇게 해서 계곡물, 국화와 하나가 되고, <br />
참 좋습니다. 그런데도 욕심 때문인지 허한 느낌, 조금 아주 조금 듭니다.

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이건 시평이 아니라 그냥 느낌입니다. 지난번 시도 그렇고 이번 시도 그렇고 제게 닥아오는 느낌이 너무 편안합니다. 너무요.

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구마동은 현동이라고 강원도 경북에 경계에 있는, 전에는 이 곳으로 태백을 가던 계곡 입니다. 40여리에 펼쳐진 계곡인데 작은 언덕 하나 없이 평평하고, 너무 좋아 혼자 스며 들곤 합니다. 혼자 생활이니 제2의 집으로 삼아 올 해는 자주 갈까 합니다. 우리 나라에 가장 청정지역인데, 언제 한 번 같이들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