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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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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性)
김수영
그것하고 와서 첫번째로 여편네와
하던 날은 바로 그 이튿날 밤은
아니 바로 그 첫날 밤은 반시간도 넘어 했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그년하고 하듯이 혓바닥이 떨어져나가게
물어제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지간히 다부지게 해줬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이게 아무래도 내가 저의 섹스를 개관하고
있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똑똑히는 몰라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나는 섬찍해서 그전의 둔감한 내 자신으로
다시 돌아간다
연민의 순간이다 황홀의 순간이 아니라
속아 사는 연민의 순간이다
나는 이것이 쏟고 난 뒤에도 보통때보다
완연히 한참 더 오래 끌다가 쏟았다
한번 더 고비를 넘을 수도 있었는데 그만큼
지독하게 속이면 내가 곧 속고 만다
#2
관계 1
- 김수영을 읽다가
김영섭
그는 없었다. 런닝구 바람으로 불려나간, 골목을 채 벗어나지 못한 그 공허에 미스 김이 다섯 잔도 넘는 커피를 따라놓고 앉아 있었다.
사실 이 부분에서 미칠 노릇이었다. 목구멍까지 타 들어간 담뱃불을 모질게 비벼 끄며 그냥 돌아가면 시간당 2만원을 물어야 한다며 티켓을 내 가슴패기에 구겨 넣는다.
그 페이지는 아주 단순한, 본능적인 구조로 짜여 있었다. 그것을 하는 동안 돌아오지 않는 그가 구세주 같았다. 진땀을 흘린 흔적들은 그의 광기였다라고 우기자. 마음 내키는 대로 느껴야 하는 내내 허기가 몰려왔다.
그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 구겨진 석간신문이 겹으로 깔려 있다. 깊은 구멍을 가진 그의 어휘가 심호흡처럼 묻어 있다.
먹다만 짬뽕 그릇, 팅팅 부어오른 오징어다리가, 먼 길을 돌아온 그 지친 의미가 아직도 생생하다. 기름이 엉긴 국물을 눈으로 불어내고 있다. 징집 같은 얼룩무뉘만 득실거린다. 그 통에 바늘집 같은 이력서를 들고 나간 그가 위험하다.
부어오른 다리를 한쪽으로 밀어내고 벌건 국물을 휘젖는다. 바닥에서 수시뭉텅이 같은 그의 머리가 나왔다.
나를 먹어라 나는 너의 아버지다. 그는 몇 번이고 나를 다그쳤다. 그의 분개는 또 다른 자기모멸로 다가왔다. 도저히 개관 같았던 섹스에 대해 물어보지 못했다. 그가 스스로 배설로 얼룩진 페이지를 찢는다.
티켓을 팔고 간 미스 김이 너의 어머니다. 네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또 지껄인다. 죽이고 싶었다.
순간 그가 내 뺨을 후려갈긴다. 그가 국물 속으로 다시 가라앉는다. 그를 느낀 뒤에 더 심한 허기가 몰려왔다면......
(이번 리토피아에 발표된 김영섭 시인의 시 '관계 1'에 대하여 백인덕 시인이 평에서 언급한 김수영 시인의 시 '성'을 함께 올립니다. 같이 읽고 이해를 해보았으면 싶어서요.)
성(性)
김수영
그것하고 와서 첫번째로 여편네와
하던 날은 바로 그 이튿날 밤은
아니 바로 그 첫날 밤은 반시간도 넘어 했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그년하고 하듯이 혓바닥이 떨어져나가게
물어제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지간히 다부지게 해줬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이게 아무래도 내가 저의 섹스를 개관하고
있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똑똑히는 몰라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나는 섬찍해서 그전의 둔감한 내 자신으로
다시 돌아간다
연민의 순간이다 황홀의 순간이 아니라
속아 사는 연민의 순간이다
나는 이것이 쏟고 난 뒤에도 보통때보다
완연히 한참 더 오래 끌다가 쏟았다
한번 더 고비를 넘을 수도 있었는데 그만큼
지독하게 속이면 내가 곧 속고 만다
#2
관계 1
- 김수영을 읽다가
김영섭
그는 없었다. 런닝구 바람으로 불려나간, 골목을 채 벗어나지 못한 그 공허에 미스 김이 다섯 잔도 넘는 커피를 따라놓고 앉아 있었다.
사실 이 부분에서 미칠 노릇이었다. 목구멍까지 타 들어간 담뱃불을 모질게 비벼 끄며 그냥 돌아가면 시간당 2만원을 물어야 한다며 티켓을 내 가슴패기에 구겨 넣는다.
그 페이지는 아주 단순한, 본능적인 구조로 짜여 있었다. 그것을 하는 동안 돌아오지 않는 그가 구세주 같았다. 진땀을 흘린 흔적들은 그의 광기였다라고 우기자. 마음 내키는 대로 느껴야 하는 내내 허기가 몰려왔다.
그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 구겨진 석간신문이 겹으로 깔려 있다. 깊은 구멍을 가진 그의 어휘가 심호흡처럼 묻어 있다.
먹다만 짬뽕 그릇, 팅팅 부어오른 오징어다리가, 먼 길을 돌아온 그 지친 의미가 아직도 생생하다. 기름이 엉긴 국물을 눈으로 불어내고 있다. 징집 같은 얼룩무뉘만 득실거린다. 그 통에 바늘집 같은 이력서를 들고 나간 그가 위험하다.
부어오른 다리를 한쪽으로 밀어내고 벌건 국물을 휘젖는다. 바닥에서 수시뭉텅이 같은 그의 머리가 나왔다.
나를 먹어라 나는 너의 아버지다. 그는 몇 번이고 나를 다그쳤다. 그의 분개는 또 다른 자기모멸로 다가왔다. 도저히 개관 같았던 섹스에 대해 물어보지 못했다. 그가 스스로 배설로 얼룩진 페이지를 찢는다.
티켓을 팔고 간 미스 김이 너의 어머니다. 네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또 지껄인다. 죽이고 싶었다.
순간 그가 내 뺨을 후려갈긴다. 그가 국물 속으로 다시 가라앉는다. 그를 느낀 뒤에 더 심한 허기가 몰려왔다면......
(이번 리토피아에 발표된 김영섭 시인의 시 '관계 1'에 대하여 백인덕 시인이 평에서 언급한 김수영 시인의 시 '성'을 함께 올립니다. 같이 읽고 이해를 해보았으면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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