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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관통하는 두개의 나무 <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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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청미
댓글 7건 조회 2,207회 작성일 05-04-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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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관통하는 두개의 나무


  최창균 시인은 백년 자작나무 숲에서 살잔다 달리는 전동차 속에 서서 시집을 넘기다가 빈자리에 앉았다 옆에 앉은 사내의 중심이 내 쪽으로 자꾸만 기울고, 술 취했나 술내는 나지 않는데 갈퀴 같은 손, 손톱 테를 두른 검게 절은 기름때, 내 마른 어깨가 눌린다 수컷의 수작은 엉큼해도 생명력이 아니겠나, 그런데 엉큼은 아닌 듯싶어, 철로를 동강낼 듯 역방향으로 달리는 열차 고속 굉음에 경풍을 일으키다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장정의 중심, 오전 11시쯤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사내의 생, 숭숭 무 바람 든 몸뚱어리 기우는, 생판 낯선 중심을 내가 받치고 있다 밀쳐내지 못한다 고장 난 오십견 어깨로 내가 버틴다

시집 66쪽에 있는, 쓰러지는 나무를 받치다가 꺾여져 '앉아 있는 나무'가 나를 관통한다 우리는 자작나무 숲을 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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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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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읽고 있는 시집 속의 나무와 현실의 피곤함 삶을 또 하나의 나무로 대비시킨 구조가 좋습니다. 선뜻 밀쳐내지 못하고 버티는 지하철 안의 풍경이 눈에 그려집니다. 대낮에 중심이 무너져 내리는 장정의 생이 말하지 않아도 슬픔으로 시를 읽는 사람도 관통합니다. 너무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br />
다만 2연이 설명적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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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인숙님의 댓글

심인숙 작성일

  열심히 읽으시고  깊이 생각하신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br />
시집속, 숲의 나무를  지하철 안으로 끌여들여 도입이 참신하게 읽힙니다.  고단한 삶을 떠받들고 있는 마음씀도 잘 드러나 있어 따뜻함과 쓸쓸함도 함께 잘 읽었습니다.<br />
흔히 볼수 있는 지하철풍경을 시인의 깊은 인식으로 관통하고 있는 두 나무의 구성, 아주 좋습니다.  다만 제 욕심으론 백년자작나무 숲의 나무가 조금만 더 확장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2연을 형상화시킬 수 있다면 말이죠.  그러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에서 한발짝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중심'이란 단어가 몇번 중첩되는 것과 '숭숭 무 바람든'이란 표현도 한번 살펴봐 주세요.<br />
합평에 첫발을 찍는데... 무례함도 용서가 되는지요 *^^*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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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허시인님, 여전히 정열을 다해 매진하고 계시군요. 제일먼저 노랫말도 올려놓으시더니 사월 첫날 두개의 나무도 관통시키시고 .....<br />
전철안에서 자칫 짜증스런 일이 시인이 당하니까 한편의 시가 되네요. 나무라는 설정이미자가 좋은것 같습니다. 그냥 저는 <술취했나,술냄새는 나지 않는데.> <수컷의 수작은-----그런데 엉큼은 아닌듯 싶어>이 귀절을 빼고 읽으니까 훨씬 깔끔하다 싶었습니다. 허시인님의 끊임없는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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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

  역시 허시인님 화이팅 입니다. 전에 저희 사화집 제목시에도 중심이란 단어가 있었던 것 같은데.... 험한 손에 때가 낀 사내에 무너진 중심을 측은해 하시는 모습이 선하네요. <br />
유시인님이 빼니 잘 읽힌다는 부분이 저도 없어도 될 부분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연이 너무 추상적인 부연 설명같은 느낌이 드네요. 그 내용을 위에 연 상황묘사에 녹여서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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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ㄴ다'의 현재형에 리듬을 두고 몇번을 소리내어 읽어봅니다. 어떤 하나의 시어에 중심을 두고 앞뒤를 연결해나가면 시가 고속열차처럼 빠르게 리듬을 타며 흘러갑니다. 이 시의 리듬을 타는 중심 시어는 'ㄴ다'이다 싶어 'ㄴ다'에 중심을 두고 읽으니 읽는 재미에 가속도가 붙어서 너무 좋습니다. 역시 'ㄴ다'에 중심을 두고 읽다보니 '빈 자리에 앉았다' 는 현재 앉아서 겪는 일인데 굳이 앉은 행위를 서술한 것이 거슬리고, '남자의 중심이 .... 기울고'를 '기운다'로 한 번 끊지 않고 계속 연결한 것이 거슬리고, ' 녹아내리는 장정의 중심이' 의 도치가 거슬리고, '내가 받치고 있다' 의 '있다'가 거슬리고, 연결어미 '..고'를 사용하여 연을 하나 더(2연) 만든 것이 거슬립니다. 이상 'ㄴ다'에 중심을 두고 저는 이렇게 시를 오독해봤습니다.<br />
저는 시를 읽을 때 의미 이전에 형식에 먼저 무게를 두고 읽는 버릇이 있어서 형식이 거슬리면 시 읽기를 가끔 멈추는데 이번 시는 참 좋았습니다.<br />
허 시인님의 건필을 빕니다.<br />
노래시 '고래'도 읽을수록 감칠 맛나서 참 좋았다는 말 덧붙입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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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여러분들의 따끈한 평 정말 고맙습니다. 많이 많이 부끄럽지만 이런 사랑과 관심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요. 여기 '회원 작품'란 너무 소중한 자리입니다. 꼼꼼히 보시고 짚어주시는 모든 말씀이 詩眼을 넓힐 수있는 시금석과 같죠. 좀더 충분히 삭혀 수정해서 올리겠습니다.<br />
회원 여러분들의 옥고 많이 올리셨으면 해요. 기다리겠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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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률님의 댓글

이성률 작성일

  좋은 말씀들 많이 하셔서 사족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저는 '그런데 엉큼은 아닌 듯 싶어' 는 없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네요. 다른 분들의 의견처럼 2연은 조금 더 다듬으시면 좋을 것 같고요. 피상적인 언급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앞선 분들이 고견들을 내놓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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