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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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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씹는다
개 짖는 소리 들리는 초가집
벽에 붙여두었던 풍선껌을
초록크레용 넣으면 초록 잎이 되고
붉은 크레용 넣어 씹으면 붉은 꽃이 되는
한 덩어리 우울 뱉고 싶어도 뱉지 못하고
성당 지나 우체국 지나
자전거 타고 도서관 가면서 씹는다
빨래 널다 잘못 걸려오는 전화 받으며
가격파괴된 옷 입고 커피믹스 마시며 씹는다
이 길이 아닌 것 같아 고개 내밀고 길 물으며
초등학교 동창 만나러 팔당댐 지나 찾아간
양평 보리밥집 황토벽에 기대
얼굴이 그대로네 말하며 씹는다
낮잠 자다가 씹던 껌이
붙어버린 머리카락을 자르던 기억을
가방에서 너도 씹으라고 꺼내주는
무설탕 자일리톨껌을
산성비 넣어 씹는다
씹을수록 푸른 산 푸른 들판뿐인
아무도 보고 싶지 않은 곳까지 와
전망 좋은 창가에 앉아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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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장성혜시인 시, 왜 이렇게 오래간만에 보는것 같이 느껴지는지요 얼마전에 어린시절 껌 만들어 먹던 시절 얘기를 썼다가 동인들께 호돼게 당했는데 성혜시인 시 보니까 대조 되네요. 아주 상큼한 느낌입니다. 더위에 잘보내시고 좋은 작품 많이 쓰세요.

김영섭님의 댓글
김영섭 작성일
그 동안 무설탕 자일리톨껌에 대해서는 확실한 믿음이 없었습니다. <br />
하지만 장시인님의 시를 읽고나니 껌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br />
푸른 껌이 지금 내 머리카락에 붙었습니다. 그냥 붙인 채 가렵니다.

정겸님의 댓글
정겸 작성일
일상의 삶이 껌속에 스며있네요<br />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옵니다.<br />
"씹을수록 푸른 산 푸른 들판뿐인" <br />
그런 껌, 요즘<br />
어디서 팔고 있는지 한번 씹고싶네요<br />
모두들 안녕하시죠 ? ^^

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어떤 경지가 느껴지는 시네여~ 조물조물 껌을 씹듯이 치고 빠지고, 드러내고 숨기는 것이 경지에 이른 둣합니다. '낮잠 자다가 씹던 껌이/붙어버린 머리카락을 자르던 기억'이 공감가는 추억과 현재적인 움직임(일상)이 불러일으키는 서정이 참 좋게 느껴지네여. 좋은 시 보니, 참 좋네여. 비오는데~ 가뇽<br />
-세 분은 좀 오랫만인 것 같은데여? 더위에 잘 지내시는 거져? 반갑습니다. <br />

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네 분 반갑습니다.<br />
게시판을 통해서라도 반가운 분들을 만나니 안개 낀 아침이 상쾌해지네요.<br />
윤시인님의 과찬은 여전하고...<br />
사는 것이 단물 다 빠진 껌을 질겅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도,<br />
만나면 상큼해지는 사람들이 있어서 살만한 세상인 것 같아요.<br />
비 내리는 날 커피 한잔 같은 시들 많이 게시판에 올라오길 기다릴게요.<br />
모두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세요.

유경희님의 댓글
유경희 작성일
아주 욕심이 많은 아이가 하나 있습니다<br />
매일 매일이 축제가 아니면 견디지 못하는<br />
그래서 매일 축제를 열고 있지요<br />
무희들이 글자인 축제를<br />
<br />
요즘 날씬해지고 뭔가 변화가 있는듯한데 옛날의 태평양(?)같은 언니가 난 더 좋아요<br />
이말을 몇번 입속에서 중얼거렸는데 오늘 하게 되네요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아주 가볍게 걸어가는 소녀가 보입니다. <br />
팔딱팔딱 뛰는 소녀의 걸음은 음악 같습니다.<br />
비 내리는 숲길을 우산도 없이 걸어가는 소녀가 보입니다.<br />
비 맞아도 전혀 초라해 보이지 않는 되려 갈수록 더 푸르러지는<br />
소녀가 걸어갑니다. 뛰어갑니다. 굴러갑니다.<br />
마침내 전망좋은 창가에 앉은 소녀가 아름답습니다.<br />
꿈결입니다.<br />
<br />
졸음에 겨운 시간, 일하다 말고 들어왔는데<br />
언제 이렇게 푸른시를 올리셨는지<br />
반갑습니다. 졸음이 확 달아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