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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다방 外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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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동인
댓글 7건 조회 2,233회 작성일 04-08-0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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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다방

                           서동인

찻잔에 출렁이는 수평선을 마셔 보셨나요?

남면 파도리 외딴 다방에 앉아
뭍에서 훔쳐온 섬을 방생하는 시인 하나,
미끼도 없이 입질하는 시 한 줄 낚아 올립니다
질겅 질겅 아카시아 껌을 씹으며 마을회관으로
배달 나간 아가씨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녹차보다 진한 쪽빛 바다를 털어 마시고
후, 뿜어낸 담배 연기 가물거리는
수평선을 끓여 파는 섬마을 다방
털 빠진 갈매기로 늙어버린 마담은 총각 시인의
옷자락에 번들 번들 부리를 닦습니다
훅, 갈매기도 비린내를 흘립니다 출항을
서두르는 뱃고동이 두근 두근 울립니다      

해일이 지나간 유리창 너머 시샘난 구름이 눈을 흘깁니다  

==========================
홍수
                       서동인

어구차게* 비가 옵니다
창 밖으로 손을 내밀자, 흐르는 빗줄기
혈관을 타고 점령군처럼 몸 속을 침투합니다
오랜 가뭄에 비비, 틀어진  
창자들이 비를 빨아들입니다
쩍쩍 금이 간 하수도에  
급기야 산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몸 속의 흙탕물이 흘러내려 변기를 붉게 물들입니다
며칠 전 늙은 내과 의사는 술을 끊으라고 충고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보험도 소용없을 거라고,
사실은 의료보험증을 빌렸습니다
무서워, 붉은 커튼을 칩니다
창 밖의 비는 멎었지만
제 안의 계곡을 빠져나가는 물줄기는
방안을 적조의 바다로 색칠하고 있습니다
옥탑방이 둥둥 떠내려갑니다
외항선처럼 부서진 다리미가 떠다니고
적조로 뚜껑을 쩍 벌린 양식장 굴처럼
곰팡이 핀 밥통이 심해로 가라앉습니다
구겨진 독촉장을 펴듯 돛을 올린
신발을 얻어 타고 어디론가 떠내려갑니다

*'억세게'라는 남도 방언

========================

무더운 여름, 리토피아 가족 모두 활기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저는 한증막 같은 공중의 방에 매달려 있습니다.
오래 전 여름,  아버지가 사다 주신 선풍기가 조금만 참으라고,
밤이 새도록 뜨거운 말씀을 전해 주는 요즘입니다.

추천3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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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님의 댓글

김효선 작성일

  찻잔에 출렁이는 수평선...*^^* 전 제주에 삽니다...찻잔이 아니라 늘 가슴 한켠 어느 구석에선가 멀미를 앓을 정도지요 ㅋㅋ 농담이구요...잘 읽었습니다...선풍기가 문제군요^^...더위는...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겠죠^^ 건강 조심하시구요...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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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인님의 댓글

서동인 작성일

  안녕하세요. 김효선 시인님,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시를 통해서 얼굴을 익혔습니다. 제주도에 가 본 적이 있지요. 서귀포 앞바다의 출렁거림에 넋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겨울에 피는 붉은 동백도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옛날 서정주 시인도 서귀포에서 시를 구상하고 그랬다더군요. 제가 아는 후배도 제주도에 사는데, 제주에 관한 시는 비릿한 눈물로 다가오더군요. 좋은 시 많이 쓰세요. 이제야, 신인상 축하 드린다고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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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과거에서 현재로의 귀항을 축하드립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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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서동인 시인님!<br />
아무리 어구찬 더위도 금방 지나갑니다.<br />
곧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겠지요.<br />
어구차게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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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겸님의 댓글

정 겸 작성일

  수령선 다방, 생각만해도 가슴이 뭉클해 집니다.<br />
코끝 또한 찡해집니다.<br />
조그마한 찻잔에서도<br />
이렇게 넓은 바다의 풍경과 삶을 볼 수 있다는 것<br />
시인만이 가진 특권 입니다.<br />
서 시인 잘 지내고 있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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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홍수에 가라앉은 섬의 안부가 많이 궁금했는데<br />
긴 장마가 걷히니 그 섬의 이마가 조금 보이는군요<br />
출렁이는 수평선을 오래  마시느라 부력을 잃어버린 듯,<br />
하지만 이젠 오래 잠수하지 말아요<br />
<수평선 다방>에서 <홍수>를 만나 그리 되였는줄 이제사 알겠네<br />
뭍으로 오른 섬, 비릿한 갯내음 풋풋합니다. 오랜만에.<br />
<br />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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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모르긴 몰라도 준비했다 터뜨리는, 감춰뒀다가 발표하는(어디 가을호에라도) 시 같구먼. 근데, 시 참 좋네. 신파도 많이 가시고, 또 좀 젊어져서리~<br />
-반갑네. 이렇게라도 보니, 복 날에 삼계탕 못 먹는 총각 얘기가 벌써 작년 야그니까, 밝아진 것 같아 참 좋구먼. 잘 지내면 얼굴이나 함 보세그려~ 가뇽 <br />
-휴가들은 다녀오셨는지 모르겠는데, 보고싶은 얼굴들 많이들 오셨네여~ 반갑습니다. 효선 시인, 남 시인, 날씬해진(아니 날씬하셨던) 장 총무님, 겸이 헹님아, 왕 누이, 모두모두 반갑습니다. 무더위 잘 이겨내세여!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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