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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감상>혼자 부르는 세레나드(serenade)...... 김승기의 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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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차다. 이런 날이면 어김없이 피는 슬픈 쪽 무지개.
언제나 빈손인 나는, 염치없이 또 너를 향해 어두워지고...
그 때 마다 바바리 깃 세운 너는, 내 달려 갈 마지막 자리처럼 거기 서있다...
오늘도 바람이 차다
2.
어쩌면 손이 닿지 않는 저쯤에 별이 되었기에,
아득한 세월의 강을 건너 마르지 않고 번져오는 맑은 속삭임.
말없이 흐르던 너의 눈물은 짙은 향이 되어 부끄러운 나의 어둠을 어루만지고,
오늘도 술잔마다 부활하는 너!
너를 따라 마냥 걷는다.
............................................................. 김승기의 혼자 부르는 세레나드(serenade) 全文
바람이 차다, 바람이 차다...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리며
시인은 보이는 곳 저 켠 환영처럼 서 있는 그에게 달려간다.
기억 속의 사랑은 슬프고 바람 불고 어둡다.
달려가면 가는 만큼 꼭 그 만큼씩 멀어지는 너'
너'는 보이는 곳 저 켠 별처럼, 무지개처럼 멀어 있어
시인은 끝내 닿을 수 없다. 너'는 시인의 죽음처럼,
'내 달려 갈 마지막 자리처럼' 시인의 곁에 서서
'부끄러운 어둠을 어루만'진다. 가까이 갈 수도, 멀어질 수도 없는
어느 만큼의 거리에서 끊임없이 시인의 상처와 그리움을 자극하는 너'
시인은 슬픈 사랑을 가슴에 안고 걷는다.
그러나 이제 '사랑'은 낯선 이야기다.
낯설지 않게 사랑을 말하는 것은 정말 더 낯설다.
모든 것이 복제되며, 복제가 복제되고, 사본이 원본을 대체하는
가짜만이 존재하는 이 황홀한 디지털 시대에,
우수한 자궁으로부터 인간(제품)의 대량생산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 이 눈부신 도시문명 속에서,
복제될 수 없는, 백화점이나 수퍼마켓에서 구입할 수 없는,
스포츠 신문으로 공급되고 소비되는 사랑이 아닌,
그렇게 부르는 사랑 노래(serenade)는 얼마나 낯선가.
그러나 시인은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아프다고, 그립다고, 네가 어른거린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군... 사랑의 노래는 어떻게든 불려져야 하며
이 강철같은 세상으로 울려나가야 하는 것이겠군.
저 중얼거림의 형식으로라도, 슬픈 되뇌임이 될지라도
끝내 불구의 노래가 중천을 헛돌다 사라질지라도
시인의 사랑 노래는 불려져야하는 것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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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
김재성 시인님 참 부지런 하십니다. 일전에 영주 오셨었다는데 못 뵈었네요. 소주에 막회라도 한접시 같이 했어야 했는데......<br />
<br />
한 바다가 있었습니다. 그 앞에서 나는 모든 것이 허용이되고 의미가 되었습니다. 그 포근한 바다! 아득한 세월 인연 저 건너, 그 바다는 내 소중한 별이 되고, 내 추운 날이면 내 달려갈 무지개가 됩니다, 어느새 나는 안겨 잠이 들고 마는 섬이 되곤 합니다. 내 추운 날만..... 참 이기적이죠? 오늘도 나는 또 빚을지며, 못 내 별 하나를 봅니다. <br />
<br />
<이어도><br />
<br />
섬 하나 있다네.<br />
<br />
썰물이면 나타났다가<br />
밀물이면 사라져가는 <br />
그런 섬 하나<br />
살고 있다네.<br />
<br />
썰물되어 빈- 뻘로 <br />
흐느낄때면 언제나 떠오는<br />
섬 하나!<br />
홀로 떠내려가던 나는<br />
그만 지쳐서<br />
그 섬에 안겨 <br />
잠이 든다네.<br />
<br />
허둥지둥 깨어나 다시 찾으면<br />
벌써 사라져간 섬.<br />
<br />
그런 섬 하나<br />
내 가슴 속에 <br />
살고 있다네.

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햐아~ 兩 김 시인님, 시 차암 좋습니다. '혼자서 부르는 세레나드'라~ 햐야, 시 참 조오타!!!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br />
<br />
갯벌, 물도 아니고 뭍도 아닌 곳, <br />
물이기도 하고 뭍이기도 한 곳...... 그 곳에서 <br />
끊임없는 밀물과 썰물로 제 몸을 씻는 섬은 <br />
바르도에 얹혀진 나그네나 아니겠습니까. <br />
승의 안뜰과 바깥뜰에 발을 걸치고 있어<br />
이승을 떠났으나, 아직 저승에 이르지 못한 <br />
한 중음신으로나 곁보이지 않겠습니까. <br />
그러자니 시인이 떠내려가다 닿은 섬에서의 잠이란 <br />
죽음보다 깊고 달콤할 듯 하고 그렇게 오래 제 몸을 씻어 <br />
아랫도리 허옇게 드러내어진 섬을 생각자면, 시인께도 <br />
저 섬과 한 몸이 되어지고 싶은 육욕이 적잖이 일어서겠습니다. <br />
아흐 ~ 가슴속에 떠나간 이들이 사는 섬을 들여놓다니.<br />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오래 옌네의 노래 섧게 울리는 <br />
시인의 가슴은 또 얼마나 아리겠습니까.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혼자 부르는 세레나드'를 읽다가 문득 옛생각에 젖었습니다.<br />
그때 즐겨부르던 노래가 당시에는 금지곡이 된 '불 꺼진 창"이었더랬지요.<br />
한밤중에 골목을 돌아돌아 멍하니 창문만 바라보다가 돌아돌아 들어간 골목을 다시 돌아나오면서 부르던 '불 꺼진 창'<br />
"지금 나는 우울해, 왜냐고 묻지 말아요, 아직도 나는 우울해 ....."<br />
김승기 시인의 단아한 사랑노래 너무 좋고, 시에 붙인 김재성님의 사랑이야기도 너무 감동적이고.<br />
나는 아아, 아련한 첫사랑과의 이별에 젖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