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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잠 -벽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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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금고
밤새 닫지 않고 열어두었던가
벽금고의 열쇠구멍이 빠안히 나를 쳐다본다
마음 다 열어놓고 창녀마냥
밤새 어딜 또 그렇게 쏘다니다 왔냐
중얼중얼 웅얼웅얼 벌려진 구멍 한껏 더 벌리면서
지가 내 뜨거운 고향이라도 되는양
그윽한 눈길 연신 보내면서
삐꺽 고개를 꼰다 몸을 뒤튼다
그래 내 손 내밀면
언제라도 너의 문 열어줄거니?
쉽게 쉽게 벗어줄거니?
* 회원님들 모두, 추석 연휴 알차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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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남시인님도 긴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br />
우체국에 계시니 명절 전에 많이 바쁘셨을 것 같네요.<br />
뜨거운 시 잘 읽고 갑니다.

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남 시인! 추석 명절 잘 보냈나 궁금하군여? <br />
-뜨거운 잠이라니까, 용서가 되네. 금고라고 해서 금고 지니고 사는가 했는데 '잠'이라니까, 새롭네. 나는 금고 가지고는 고민해 보지 않아서. <br />
-뜨거운 고향 잘 다녀왔으리라 믿으며 줄입니다.<br />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br />
긴 잠 속의 꿈과 어둠 속에서<br />
열쇠구멍 만큼의 살을 헐어 맞은 아침<br />
쏟아져 들어오는 가을 햇살을 봅니다. 나도 그렇게 밤을 <br />
오래 쏘다녔습니다. 열쇠구멍 만큼의 방심한 틈으로 들어<br />
나도 어딘가에 기대고 싶었던 거지요. <br />
아침 출근길에, 태식 형의 시 포장마차, 바다를 읽었습니다. 딴에는 내 바다도 <br />
늘 그렇게 부산스러운 그리움을 흘리고 다니는 터라 <br />
뜬금없이 울컥여지고 칠칠지 못하여 방심한 적이 있었더랬습니다.<br />
태식 형, 이제 어디든 손을 내밀어 보시지요. <br />
내 흰 손 가늘고 여리나 아직 약간의 온기를 가지고 있습지요.<br />

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벽금고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br />
날밤 새워 휘돌다가도 귀향처럼, 귀소처럼 돌아오게 하는 벽금고가 궁금한데...<br />
아마도 시인은 오래전부터 벽금고 안에 뜨거운 잠 숨겨 뒀을 듯,<br />
그 뜨거운 잠은 시인만 열 수 있는 비밀번호일 듯 한데<br />
보채듯 투정이린 확인이 어쩌면 삶의 묘미일 것 같은 오독을 해 봤습니다.<br />
<br />
긴 추석 연휴 잘 보내시고, 모두 모두 벽금고로 원대 복귀 잘 하셨겠죠?<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