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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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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소라며 조개껍데기
파도에 잘 닳아진 돌멩이를 줍습니다.
그건 뭐하게,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통 갯바닥을 헤집어
집히는 것마다 끄집어냅니다.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고
공기하듯 손등에 올려놓기도 하고
그러다가 볼품이 없으면 휘익 던져 버립니다.
뭘하는 걸까. 빼꼼히 눈을 세우고 바라보던 갯게들
화들짝 놀라 쏙쏙 구멍 속으로 도망칩니다.
흥, 게딱지같은 놈들... 아이는
까르륵까르륵 놈들을 비웃어 줍니다.
스윽 파도가 밀려와
아이가 허질러놓은 갯바닥을 쓸고 갑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한 여름날의 흔적은
그렇게 사라져 버립니다.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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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신광철님의 댓글
신광철 작성일파도에 잘 닳아진 돌멩이, 삶에 제법 둥굴어진 광대뼈가 떠오르네요

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
목적이라는 것은 참 부질없는 것인 줄 알면서도, 매일 쫒는 것이 그 것이지요. 참 후련하게 조롱해 주시네요. 이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낯가리가 심해서 이제야 이렇게 인사 올립니다. <br />

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산속에 있는데, 이 시를 보니, 아들놈과 함께(물론 와이프도_와이프도 여길 오니깐두루) 가서 난바다 쪽으로 눈길 두다오면 좋을 듯합니다. 비록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지라도. 시 속의 '갯개'는 '갯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래의 '개딱지'하고요. 그냥 '허질러 놓은' 제 말이고요, 건필을 빕니다. 가뇽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고맙습니다. 기본이 없다 보니 맞춤법이 아주 서툴어요. 지적해주신 부분 얼른 바꾸었지요. 앞으로도 많은 도움 바라겠습니다. 신광철 선생님, 김승기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