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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싸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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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관영
댓글 5건 조회 1,999회 작성일 04-03-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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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맑아 칼칼한 날, 팥죽솥을 걸었네.

그늘엔 두툼한 눈덩이 쌓였는데

통장작에 앉아 불을 지폈네.

아랫도리부터 된통 한 번은 비틀어 올라가야,

끝장을 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모지랑싸리비

막대기가 된 싸리비,

묶은 칡은 풀리지 않았네.

발매치와 대솔장작을 몸 위에 얹고서,

신문지 한 장으로 제 몸을 불사르는 비움

또깡또깡 끊어지면서, 쉬 재가 되었네.

젖은 부지깽이도 그을리며 불타올랐네.

맑은 재 된 다비식이

팥죽 속에 새알을 남긴 듯해

보리밟는 걸음으로 주걱질을 했네.

뭉근한 불땀 속에 나무주걱질은 귓바퀴를 닮아

귀신의 길을 알 듯도 했네.
추천3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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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철님의 댓글

신광철 작성일

  아랫도리부터 된통 한 번은 비틀어 올라가야,/ 끝장을 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몽당싸리비/생은 제 키를 줄여 가는 거라는 듯<br />
<br />
다비식은 죽은 사람을 태우는 것이 아닌 산 사람들을 태우더군요. <br />
장작이 남긴 재와 사람이 남긴 재가 <br />
남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고 어깨를 <br />
그리고 어깨를 흘러내려 <br />
발등까지 뽀얗게 태우더군요. <br />
그 자리는 죽은 사람은 떠나고 <br />
산사람은 그대로 남아서 오랫동안 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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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저도 오래동안 타고 있었던가 보군요. 재마저 남기지 않는 완벽의 극을 본 것 같았는데요, 제겐. 영혼마저 말라버린 어떤 상태 같더라구요.<br />
-관심, 고맙습니다. 가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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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이렇게 좋은 시를...<br />
합평회 시를 미리 올려놓으니 여유 있게 감상할 수 있어서 좋네요.<br />
깰 사람은 마음 놓고 깨보란 뜻인가 본데..<br />
자신만만!<br />
좀 반칙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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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옥님의 댓글

안명옥 작성일

  시 잘 읽었습니다 갑자기 그 팥죽 한 사발 먹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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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안 시인 이라면 한 사발 아니라 여러 사발이라도 준비해 내야지요. 잘 지내고 있는 거 맞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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